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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N] 하민철가이드 인터뷰

201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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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 1/N

creative culture magazine
2011 Winter
issue5: experience

*Interview 여행자 - 김 지형 회사원/LG전자TV마케팅 그룹 대리
*취재기자 - 정 혜윤 SBS PD

 

 

어떻게‘지식 가이드’를 처음 접하게 되셨나요?

저는 사실 가이드가 있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고, 오히려 비판적인 편이었죠.

어른들이 유치원생 소풍 가듯이 떼 지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도 우스웠고, 여행은 혼자 가야

제 맛이라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래서 아내가 처음‘지식 가이드’와 ‘미술관 전일 투어’라는

여행상품 얘기를 꺼냈을 땐 반대를 했어요. 그냥 둘이서 자유롭고 편하게 쉬었다 오자고 했죠.

회사원이 되고 나서, 그것도 경영기획 부서 쪽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는 야근,주말 근무를

밥 먹듯이 해야 했어요. 잠깐만 전화기가 꺼져 있으면 부재중 전화가 40통이 밀려올 정도로

바쁘게 사는 와중에 정말로 겨우 시간을 내서 가게 된 여행이었거든요. 지식이고 뭐고,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도 당연하죠.

아내 역시 저와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았어요. 하지만 친구로부터 지식 가이드를 워낙 강력하게

추천 받았던 터라 저를 몇 번이고 설득했고, 결국은 저도 합의를 했습니다.

 

어떤 점에서 설득이 된 거죠?

글쎄요. 잘 아는 사람이 “나도 처음엔 안 믿었지만, 한번 해보면 정말 다르더라”는 말을 하면

신뢰가 가죠. 게다가 저희가 여행지를 고르다가 이탈리아, 그것도 로마에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더 설득되었던 면도 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 이탈리아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었죠.

그저 음식과 명품을 겸비한 세계 최대의 관광지라는 상식적인 수준? 그런데 여기저기서 말을

들어보니 이왕 로마까지 가는 거 제대로 알고 보지 않으면 돌무더기 앞에서 찍은 사진 몇 장 말고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최후까지도 긴가민가했지만 속는 셈치고 한번 가보자고 했죠.

 

그래서 시작은 어떻게 하셨나요?

아침 일찍 일어나게 하더라고요. 이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매일 아침 고통스럽게 출근하다가

휴가까지 와서 7시 반에 기상이라니 기가막힐 일이죠! 그래도 여행을 한번 알차게 해보겠다는

아내와는 달리 저는 처음부터 불만이 가득했지만 일단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좀 전에 가이드 투어를 하게 된 동기에 대해 물어보셨잖아요?

당연히 동기는 사람마다 다 다를겁니다. 그냥 뻔한 여행은 싫고 무언가 가치 있는 걸 얻어가고

싶어서 온 사람들도 상당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와 비슷한 심정으로 마지못해

누군가에게 이끌려 온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10시간 넘는 비행에다가 시차 적응까지

해야 하는데 아침부터 미술관 갈 기분이 나겠어요? 제가 미술이 특별히 취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처음 간 곳은 어디였나요?

바티칸이었습니다. 덩치가 엄청난 남자가 저희 그룹의 담당 가이드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로 전직 보디빌더였어요.)

그런데 이분이 바티칸까지 저희를 인솔하더니 갑자기 사죄를 하는 자세로 무릎을 꿇더라고요.

그 자세로 설명을 해야 더 잘된다는 거였어요. 아주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처음엔 이런 제스처가

오히려 불쾌했어요.‘이게 무슨 쇼를 하려는 건가’싶었습니다. 왜 ‘감정노동’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종업원들이 손님한테 주문을 받으며 무릎 꿇는 행동들을 참 싫어했는데,

해외에서, 그것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잔뜩 모인 관광지에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좀 창피하달까요?

 

왜 그런 행동을 했던 거죠, 그 가이드는?

곧 알게 됐죠. 그 가이드는 바티칸을 보기 전에는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책가방 가득히 가져온

자료들을 꺼내 능숙한 동작으로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관광객들은 보통 서서 이야기를 듣잖아요?

그런데 가이드는 키가 평균 이상이었습니다. 사람의 시선이라는 건 사실 눈높이보다 조금 아래를 향하고 있지요.

가이드가 몸을 낮추고 나니까 정말로 눈높이가 딱 맞더라고요. 보는 입장에서 주목도 더 잘 되고 자료도 편하게

잘 보이고요. 설명이 길어져도 목이 아프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제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요?

아, 이 사람 프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 겪었던 가이드들은

여행객들이 무슨 자세로 설명을 듣든, 편하든 말든, 뭘 느끼든 별로 고려하지 않았죠.

정해진 레퍼토리를 무성의하게 반복하다가 기분이 좀 좋으면 값싼 유머로 몇몇 손님들만 웃기려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이 가이드는 저희 같은 관광객들이 무슨 기분으로 이 투어를 경험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제가 마케팅 쪽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더 잘 발견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제가 전자제품 부서 홍보실에 있을 때, 백화점에서 저희 제품을 담당하는 매장 직원들의

행동을 모니터링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기업에서는 이런 연구를 많이 하거든요. 소비자와 판매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거죠. 단순히 어떤 직원(판매원)이 많이 팔았느냐 보다 어떤 직원이 어떤 행동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지

꽤 심층적으로 연구하려고 하죠. 녹음기를 설치해서 분석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결론은 간단해요.

뛰어난 직원은 언제나 고객과 어떤 종류의 심정적인 유대감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더라고요.

“걱정 마세요,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항상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라는 식이죠.

내가 고객이라면, 내가 뭘 원하고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 준비를 하게 되죠.

바티칸에서 제가 그걸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가이드가 무슨 얘기를 하던가요?

로마 이야기부터 바티칸의 역사까지 아주 많은 설명을 했어요. 그전까지 저는, 바티칸에 대해서는 그곳에 교황이

살고 있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는데 정말 놀랄 만한 역사가 쌓여 있는 곳이더라고요.

전 지금은 딱히 종교가 없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엄청난 의미를 가진 성소라는 얘기를 들으니

주위 사람들이 달라 보였어요. 제 기억에 제일 남았던 건 아무래도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천장 벽화였어요.

우리는 지금 이렇게 편하게 저 벽화를 볼 수 있지만, 미켈란젤로가 저 천장 바로 밑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감과

파편들 투성이의 몸으로 고통을 견뎌내면서 어떻게 저 웅장한 벽화를 완성했는지 하나하나 설명을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았죠. 그 가이드의 말처럼 내가 이곳에 와서 이렇게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게 비교할 수 없는

특권으로 여겨졌습니다. 그 홀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의 특권이었겠죠.

 

방금 하신 얘기들이 모두 가이드가 해준 얘기들이었다는 거죠?

그렇죠. 이 모든 것이 그 가이드가 아니었다면 별 감흥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실 요즘은 여행 책자들이 워낙 많으니까 이런 정보들은 책이나 인터넷에 찾아보면 다 나오겠죠.

그런데 죽어 있는 책이 아니라 열정이 넘치는 가이드가 신이 나서 얘길 해주니 저처럼 평소에 무덤덤한 사람도

눈이 번쩍 뜨이더라고요. 그야말로 ‘스토리 텔러’랑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었죠.

가이드의 말 중에 지금도 기억이 나는 인상적인 말이 있어요.

“저는 이 천장 벽화를 여러분께 소개할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진짜 평범한 말일 수도 있는데, 절대 평범하게 들리지 않더라고요. 아마도 진심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정말로 그 사람의 가슴은 뛰고 있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시니컬하게 바라보고 있던 저 같은 사람한테까지도요.

대체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가슴이 뛸까? 로마에서 바티칸 가이드 일을 한다면 시스티나 천장 벽화는 지겹도록

보지 않았겠어요? 질리지도 않나?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파고 또 파도 저런 감동이 나올까?

저야 이제 겨우 한 번 가봐서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천장 벽화에 얽힌 온갖 이야기들을 듣고 보니 발걸음이

잘 떨어지질 않더라고요.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꽤 간절하게요. 그런 기분은 회사를 다니면서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그러게요. 가슴이 뛴다는 말이 새삼 인상적이네요.

요새 일을 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죠. 
일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많지만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후자에 속하는 편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이드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단순한 여행가이드가 아니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사람이었어요.

전일제 투어라 하루 종일 같이 다니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로마 역사와 예술가들에 대해서도 풍부한 얘기를 들었지만, 가이드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좋았어요.

겪고 나니까 왜 전일제를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뭔가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최소한 하루 이틀은 꼬박

투자를 해야 하는 거였어요. 이 가이드도 사연이 많았어요. 처음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건

아니었어요. 세세하게 말하긴 힘들지만, 어려운 일도 많았고 인생을 실패했다고 생각한 순간들도 없지 않았대요.

하지만 그냥 그렇게 끝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던 거죠.

 

그 가이드를 특별하게 만든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여러 가지가 있겠죠. 아는 것도 정말 많았고, 전달 방식도 좋았어요. 깊이는 있지만 절대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했어요. 경험상 꼭 필요한 곳에 재미들을 배치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준비가 굉장히 잘 되어 있는 느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은, 오랫동안 담금질한 티가 났어요.

아까 말씀 드렸듯이 예전에도 가이드 투어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이 가이드의 경우,

‘이 사람 말이 빨리 안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는 점이었어요. 마치 정말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자꾸 끝날 시간이 될 까봐 시계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조마조마한 그런 기분 있잖아요? 다른 가이드들은 정반대였죠.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죠. 지루하고 형식적인 설명이 대부분이라서 그래요. 게다가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서

질문을 하면 더 이상 아는 게 없죠. 그 사람들 자체가 이미 그 관광지에 대해 지겨워하고 있으니까요.

 

한 명의 가이드와 여행 내내 같이 다녔나요?


그건 아니었어요. 다른 분도 만났죠.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성의 면에서는 꼭 바티칸의 가이드뿐만이 아니라,

자전거 나라의 다른 가이드들도 다 뭔가 달랐던 것 같아요. 로마의 다른 유적지... 예를 들어 ‘포로 로마노’는

다른 가이드가 안내했는데 이분도 역시 “이곳에 대해서 얘기할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는 표현을 썼어요.

솔직히 이런 말이야말로 ‘영혼 없이’하면 세상에서 가장 공허한 말이 되잖아요.

게다가 두 번씩 들으면 더 심하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혀 공허하지가 않고 또다시 진심으로 들렸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가이드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렇게 특별하거나 특이한 이유들이 아닌 것 같아요.

정성과 열정이에요. 너무 단순하게 들리겠지만, 그걸 실제로 행하고 있는 것 자체가 귀하니까 그런 것들을

오랫동안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저 같은 사람에게는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가장 단순하고 기초적이고 잘 안다고 생각한 것들인데 말이죠.

 

 
여행이 끝났을 때는 상당히 아쉬웠겠네요?


저 뿐만이 아니었죠. 왜냐하면 다들 엄청 몰입했거든요. 나중에는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 안타까운 심정이었어요.

카이사르 얘기를 듣다가 전율하기도 했고, ‘넬라 판타지아’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아니면 미켈란젤로의 얘기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어요. 제 아내도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감동했어요.

저는 아내와 이 여행을 권해준 친구 분에게 고마워해야죠. 그때 아내가 고집을 안 부렸으면, 로마의 어느 호텔방에

처박혀 잠만 자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관광지에서 빈둥거리거나 동양인들만 가득한 명품가게에서 쇼핑이나 하거나...

 

 
유로자전거 나라의 가이드들은 팁을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네, 절대로 받지 않아요. 저도 들은 얘기지만, 여행지 관광 가이드들은 보통 고정 수입보다 여행객들이 주는 팁으로

살아간다고 알고 있어요. 저와 같이 여행했던 그룹에 있던, 나이 지긋하신 분이 저희 부부처럼 많이 감동해서

여행이 끝날 무렵에 감사 표시 차원에서 팁을 주려고 하는데 가이드가 극구 사양하더라고요.

자기는 정말로 좋아서 이일을 하고 있고, 여러분이 호응해 주시는게 최고의 보상이라면서요.

그래도 계속 강권하자 우리는 회사에서 섭섭하지 않게 보상을 해주니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저희를 안심시키더라고요.

이런 면도 상당히 신선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정말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죠.

 

 
여행을 얼마나 오래 하셨죠? 돌아와서는 어땠나요?


회사원 신분이니 일주일 많이 돌아와야 했죠. 그런데 로마가 잊혀지지 않아서 그 가이드 분께 연락을 드려봤어요.

이 메일 주소를 받아놨었거든요. ‘하민철’이라는 분이었어요. 큰 기대도 하지 않고 보냈는데 정말로 답장이 왔어요.

게다가 저를 기억까지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사람이 많은데 일일이 기억하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다시 한 번 부러웠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 가슴 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상상 이상의 에너지와 능력을 발휘 할 수 있구나,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구나 라는 자극을 받게 되어서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기사게재 : 201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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