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이탈리아에 온 당신께
더운 여름이다. 한국은 지난 여름동안 견딘 지독한 폭염이 이번해 잠시 비껴간 것 같다. 유럽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뜨거운 햇볕에 모자를 쓰지 않으면 정수리라도 녹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떠나 온 여행에 소중한 하루하루들을 그냥 떠나보낼 수 없지 않은가? 이 여름, 이곳을 더 즐겁게 만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자.
긴해. 덜어낸부담.
어둑한 거리를 걷는 것은 여행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그러나 어둠은 많은 이를 움츠리게 만들기도 한다. 여름은? 이미 새벽 6시면 환한 하늘이다. 여행 초기에 여행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또 시차적응인데, 새벽 4시면 이미 또랑또랑한 눈으로 숙소 천장을 쳐다보며 있게 된다. 이 순간, 새벽에 나 설 것을 두려워 하기보다는 새벽5시30분부터 다니는 첫 지하철을 타보자.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에 나만 담긴 사진한장을 어느 때보다도 쉽게 남길 수 있을것이다.
맛있고 저렴한과일들
이탈리아의 과일은 맛있고 저렴하다. 한국에서 비싼 과일일 수록 이 장점이 부각된다. 단 5유로로 마트에서 파는 가장 좋은 품질의 체리를 한 바구니 먹을 수 있다. 체리로 배를 채울 수도 있다. 복숭아는 유명한 납작 복숭아를 꼭 먹어보자. 누가 복숭아를 깔고 앉은 것 같이 눌렸다. 이탈리아어로는 Pesca Tabacchiera 재떨이 복숭아라는 독특한 이름이다. 달콤 싱싱한 복숭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름이지만. 이름이 재떨이여도 어떠한가? 맛만 좋다. 무엇보다 이탈리아라고 해도 일년내내 먹을 수 있는 과일들이 아니다. 제철의 과일들을 맘껏 즐기자.
그늘에서 젤라또먹기!
이탈리아여행의 즐거움을 크게 만들어 주는 것중 하나. 바로 젤라또다! 이탈리아 도시 어느 곳이건 거리를 걷다보면 카페테리아만큼이나 자주 마주치게되는것이 바로 젤라또가게다. 들어가서 계산을 하자. 큰 사이즈는 생각보다 양이 많다. 가장 작은- 보통 piccolo 삐꼴로- 사이즈를 고르자. 두맛을 고를 수 있다. 후에 계산한 영수증을 들고 맛을 고르자. 이 과정에 이미 어떤 맛을 먹을지 결정한 발 빠른 사람도 있겠지만 마음의 결정을 내린 후라도 앞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젤라또를 보면 다시금 고민에 빠진다.
고심 끝에 고른 젤라또가 컵과 콘에 얹혀지며 직원은 당신에게 크림을 올릴것이냐 묻는다. Con Panna? 빤나Panna 는 크림이란 뜻이다. 단맛이 없는 우유맛이 일품인 크림이다. 매번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이 크림을 얹어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젤라또를 받아들고 혀를 길쭉하게 뺀다. 젤라또를 재빠르게 핥는다. 방심은금물. 생각보다 빨리 녹아 흘러내린다. 부지런하게 젤라또를 먹는다. 남은 하루의 일정에 다시 한번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고마운 친구다. 그러니 성심성의껏, 한입 한입을 소중히 여기며 넘기자.
- 사실 젤라또를 먹으면 목이 금방 마르다. 특히 크림이 들어간 맛이나 초콜렛류는 더 갈증을 느끼게 한다. 젤라또를 즐긴 후엔 반드시 수분보충을 충분히 해주자.
로마근교의 바닷가
왜 이렇게 갈매기가 많아요?
로마를 다녀보면 비둘기만큼이나 자주 보이는 새가 갈매기다. 로마는 사실 바닷가 근처의 도시다. 로마의 큰 공항인 피우미치노 공항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차를 타고 도심에서 30분 정도만 달리면 지중해 이탈리아 서쪽의 티레니아해안과 만난다. 허나 로마에서 지하철로 갈 수 있는 바닷가를 추천하기에는 오히려 버스를 갈아타고 기차를 갈아타는등의 번거로움이있다. 로마도심을 벗어나는것도 좋다. 가장 대표적인 몇군데를 추천해 본다.
Anzio
가장 가깝게 갈 수 있다. 테르미니 기차역에서 한 시간마다 기차가 있고 한 시간 여 걸린다. 과거 네로황제의 여름별장이 있던 도시다. 황제가 별장을 갖고 있을 만큼 아름다운 해변이고 현재도 근교의 시민들의 여름별장이있는 도시다. 그 만큼 여유가 넘치고 잘 정비된 마을의 모습이다. 맛있는 해산물 식당도 많다. 기차역에 나와서 10분 정도만 도보로 이동하면 쭉 펼쳐진 바다를 만난다.
Nettuno
안치오 옆에 있는 도시다. 도시의 이름은 바다의 신 넵튠의 이탈리아식이다. 안치오보다 조금 더 남쪽이고 조금 더 이탈리아 마을스럽다. 바닷가에 가면 자주 못 본 동양인의 출현으로 조금은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는 마을 사람들을 볼 수도 있다.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넓은 해안의 고운 모래를 즐기면 된다,
Santamarinella
마찬가지로 기차를타고 1시간여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다. 다른 해안가도시보다 경사지지 않고 더 쭉쭉뻗은 해변을 만날 수 있다. 넓은해변을 좋아 한다면 추천한다.
Sperlonga
도착하기엔 난이도가 높다 느낄 수 있다. 시간도 가장 많이 걸린다. 1시간 20분 정도 기차를 타고 이동한 후에 역에서 다시 20분정도 버스를 타고 들어간다. 총 2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이동가능하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해안가의 풍경을 보면 그 노력을 쏟은 것이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 넓은 자갈해변은 모래해변에 비해 물이 맑게 느껴진다. 해변을 따라 위치한 언덕의 집들은 알록달록 여름 꽃과 어우러진다. 수심이 그리 깊지않고 해안가가 워낙 넓기에 사람이 많은 주말도 붐빈다는느낌이 들지 않는다. 얕은 물과 깨끗한 해변으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공원에가기.
나무는 만병통치약이다. 곁에 두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늘과 어우러져 바람에 움직이는 모습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다. 비가 올 땐 비를 막아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더운 여름 고마운 그늘을 만들어 준다. 이런 나무가 모여 있는 공원은 돌바닥의 시내 한 중간보다 시원한 공기를 만들어 준다. 신나게 울어대는 매미의 소리를 들으며 나무를 따라선 길을 한걸음 한걸음 걷는 것도 일상이 아닌 시간에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이다. 돗자리가 없다면 간편하게 걸치려 가져 온 남방이라도 챙겨 풀밭에 잠시 앉아보자. 마트에서 이것 저것 주전부리를 챙겨오면 완벽한 피크닉이 될 것이다.
6월과 함께 온 더위는 7월 중순 잠시 주춤하는 것 같았지만 8월을 앞두고 다시 유럽 전역을 덮었다. 작년 2018년 여름을 떠올려본다. 8월 내내 생각치 못한 비가 왔다. 그것도 주룩주룩. 과거의 여름과 비교한다면 쨍한 햇빛의 이번 여름은 그래도 더 다행인 것같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다가도, 더위에 지친 여행객들이 여행의 일정 중 또 다른 피서를 꿈꾼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모든 여름의 빨갛고 아름다운 여행자들을 응원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