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TV를 보다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하는 대화를 본적이 있다.
한국은 참 특이하게도 식사와 관련된 인사가 많다고들 이야기 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냐?'
'너는 밥도 없을줄 알아!!'
'밥먹을땐 개도 안건드린다.'

(슈기 먹방)
생각해 보면 우리는 친구 혹은 지인들과 헤어질때 항상 '다음에 밥한끼 하자' 라는 이야기와 함께 헤어지곤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어디에서든 맛있는 음식을 먹는걸 즐겨한다. 최근 떠오르는 '먹방' 도 이런 맥락속에서
먹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만든 문화가 아닐까 생각을한다.
일상속에서도 식사가 중요한 만큼 여행에서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맛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다.
SNS속 인플루언서들의 사진 몇장과 말 몇마디로 갑작스레 유명해진 식당은 영문도 모른체
한국사람들이 들이닥치게 되고 갑자기 한국 메뉴판이 생기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은 많은 여행객들이 주변 유럽과 비교했을때 이탈리아 음식들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 음식)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 여행은 눈과 귀 뿐만아니라 입까지 만족시키는 여행지라 말하고싶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점이 하나있다. 오늘은 그 아쉬운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정확히 말하면 음식을 먹은후 마무리가 아쉽다. 무슨말이냐고? 한국인의 식후를 책임져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한국 여행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가 바로 '여긴 아이스아메리카노 없어요?' 다. 정말 없을까? 아니 있다. 일리에 있다.

(Nitro cold brew coffee)
아메리카노와는 조금 다르지만 시원한 커피를 먹고 싶다면 꼭 맛봐야될 니트로 콜드 브루!!
정작 로마 내에서 유명한 타짜도로나 산 에우스타키오 카페말고 한국에선 일리라는 이름이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대중성이 있고 유명하다. 서론이 길었지만 오늘은 일리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 해볼까 한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많은 커피 회사들 중 일리가 가진 최고의 강점은 특별한 접근 방식이다.
일리는 커피를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그게 무슨말이냐고?
과학과는 가장 거리가 먼 커피를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고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할때 기준을 삼는것이 원두 사용량, 수질, 추출 온도, 추출 압력 등 열 개 정도의 지표를 체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리는 이보다 여섯 배 많은 60여 개의 항목을 체크한다.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색상, 밀도, 점도, 거품의 크기와 지속성등 60가지로 세분하여 관리한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10초만에 마셔버리는 에스프레소 하나의 그정도의 공을 들이다니..
이런 분석과 접근의 시작은 역시나 창업주의 특별한 이력과 관련이 있다.

(프란체스코 일리)
1933년 일리를 창업한 프란체스코 일리는 기업가이자 과학자였다.
그는 일레타라는 기계와 질소압축공법을 개발했는데 일레타는 보통의 증기 대신 압축공기를 사용해 훨씬 안정적인 품질의 에스프레소를 뽑는 기계다. 질소압축공법은 매장까지 균질한 제품을 보내기 위해 캔에 공기를 빼고 질소를 채우는 것이다.
이 질소 캔 덕분에 일리 매장의 커피 맛은 한결 같기로 유명하다.
두 가지 모두 오늘날 일리를 떠받치는 주출돌과 같은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에르네스토 일리)
하지만 일리의 철학이 완성된 데는 2008년 타계한 2대 회장 에르네스토 일리의 역할이 컸다. 볼로냐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언뜻 보면 아주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커피 추출단계를 세세하게 분해했다. 원두 건조에서 부터 마지막 물 내리기 단계까지, 화학자로서의 자질을 총동원해 맛과 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일리가 말하는 완벽한커피를 위한 4M이 있다.
Miscela(미셀라) - 커피 블랜드 기술
Macinadosatore(마치나도자토레) - 분쇄기
Macchina(마키나) - 에스프레소 머신
Mano dell operatore(마노 델 오페라토레) - 바리스타의 손
에르네스토는 아버지 프란체스코가 닦아놓은 하드웨어 위에 화학기술을 활용한 절묘한 블랜딩을 얹어, 마치 꽃다발처럼 풍성한 맛과 향의 일리를 창조해 냈다. 에르네스토는 에스프레소에 대해 화학적, 수치적으로 명쾌하게 정의한다. 그가 내리는 화학적 정의는 '당질, 유기산, 단백질, 카페인 등이 녹아있는 추출액 위에 미세한 기름방울이 유화상태로 거품 층을 이루고 있는 음료' 이다.
수치적 정의는 '커피 원두 50개를 분쇄해 얻어지는 7그램의 커피 가루에 섭씨 90도 이상의 물을 9기압의 압력으로 가해 30초 동안 추출한 30세제곱미터 분량의 음료'이다.
에르네스토 일리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만들려면 원두 50알이 필요한데, 한 알이라도 잘못되면 오믈렉에 썩은 달걀 하나가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면서 원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114단계를 거치는 품질검사 시스템을 도입했고, 향기를 연구하는 향기 전문 연구소 까지 설립해 혀 뿐만 아니로 코로마시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1유로에 담긴 엄청난 철학. 놀랍다 정말.
이것이 바로 일리다.
훌륭한 에스프레소는 혀에 그림을 그린다.
-에르네스토 일리, 일리 전 회장.
커피의 천국인 이탈리아에 오셨다. 선택지는 많고 고민은 되고.. 내일은 일리로 가서 커피한잔 해보는건 어떨까?

(일리 지도)
-글 : 황태훈
-사진 : 구글
-출처 : 한 덩이의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팔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