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돌로미티 날씨는 어떤가요?"
돌로미티 여행에 관한 문의 중 절반 정도는 날씨에 관한 질문이다. 몇박 몇일씩 여행하는 사람들도 드물게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돌로미티 지역에 하루, 또는 이틀 정도 머무는게 대부분이다. 돌로미티 여행코스에 대해서도 조만간에 글을 한번 쓸 예정이지만,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해진 범위 안에서 비슷한 루트로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날씨에 더 민감 할 수 밖에 없는 듯 싶다. 차라리 몇박 몇일이면 하루 이틀 비오더라도 맑은 날이 찾아 올 때의 느낌을 담아가면 되는데, 단 하루 투자한 돌로미티 여행이 비나 바람으로 가득하면 난감 할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한국에는 사진 자료가 거의 없는 편인데 내가 여행 가려는 시기와 비슷한 작년 이 맘때쯤의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보면서 날씨가 어떨지, 춥진 않을지, 옷은 어떻게 챙겨가야 할지, 돌로미티 여행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문의 하는 분들을 위해 앞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는 날씨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2019년 7월 4일,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
개인적으로는 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는 날이 좋다. 햇살이 생각보다 강하게 내려쬐기 때문에 가끔이라도 그늘을 만들어주는 구름이 고맙에 느껴진다. 돌로미티 지역의 기온은 베네치아보다 평균 10~20도 가량 낮다. 한 여름에도 20도~25도 사이에 머무르기 때문에 산책하기에도 참 좋다. 특히, 해발 2천미터 이상으로 올라가면 불어오는 바람이 거의 에어컨 수준이라 더위에 지쳐 있는 분들께 큰 에너지가 된다. 여름철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부디, 돌로미티 지역을 잊지말자.

2019년 7월 8일, 트레치메(Trecime)
7월의 돌로미티 지역에는 곳곳에 이름모를 야생화가 피어있다. 노랑,보라,빨강 색깔마저도 다양하다. 가끔씩 내리는 국지성 호우 덕분에 깊은 산 속까지도 물이 흘러내려 땅을 적셔준다.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비 내리는 날씨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지만 아침 저녁으로 내리거나 하루종일 내리는 비가 아니라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공기도 시원하고 나무와 풀도 무럭무럭 자라고 덕분에 소나 말이나 여유롭게 풀 뜯어 먹는 모습 보면 마음마저 평온 해 진다.

2019년 7월 8일, 코르티나(Cortina)
같은 주간이라도, 같은 날이라도, 아침과 점심과 저녁의 날씨가 달라진다. 아침에는 그렇게나 햇빛이 강했는데 점심 먹고나서 구름이 슬금슬금 몰려오더니 3~4시정도 되니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야외에 있을 땐 우비나 우산이 없으면 조금 힘든데, 마을에서는 크게 상관없다. 카페에서 설치한 파라솔 아래에 앉아 비 내리는 풍경을 벗삼아 커피 한잔하면 그 것 또한 여행에서의 쉼표이자 활력이 된다. 만약, 돌로미티 지역에 비 소식이 있다면 우산보단 우비를 권장하는 편이다.

2019년 7월 11일,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
5월말~6월초까지 얼어붙어 있었던 미주리나 호수(해발 1756m), 햇살이 내려쬐는 7월에는 새끼 오리와 함께 나들이 하는 모습이 호수 주변을 산책하다보면 자주 목격된다. 10마리가 넘는 오리 가족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다. 물에 손을 한번 담가보면 시원함이 느껴진다. 주말만 되면 낚시하러 사람들이 종종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2019년 7월 11일,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
원래는 브라이에스 호수(Lago di Braies) 전매특허처럼 보였던 나룻배도 미주리나 호수에 2대가 배치되어 있다. 날씨가 괜찮다면 오리배(1대당 30분에 7유로)나 나룻배(1대당 30분에 12유로)를 한번 타보는게 어떨까? 물론 노는 본인이 직접 저어야하지만 없었던 낭만도 샘솟을 것 같은 분위기다. (미주리나 호수의 깊이는 5m)

2019년 7월 11일, 팔로리아(Faloria)
해발 2123m에 위치한 팔로리아 산장. 야외에 설치된 간의 의자에 앉아 맞은편에서 우두커니 버티고 서 있는 토파나 봉을 바라보는 것도 장관이다. 3천미터가 넘는 봉우리는 구름에 자주 가려져있지만 웅장한 돌산의 매력의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하루종일 파란하늘을 유지하는 날은 거의 드물고, 맑았다가 흐렸다가를 반복하다가 가끔은 소나기를 퍼붓는게 7월 돌로미티의 일반적인 날씨다.

2019년 7월 15일,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
그럼, 7월에 돌로미티 여행을 할 경우 어떤 전략을 활용해야 할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날씨 앱을 열어서 오늘의 날씨를 전반적으로 파악한다. 비 소식이 있는 시간 대에 마을을 둘러보고 그나마 날씨가 좋은 타이밍에 산과 호수를 둘러볼 수 있도록 동선을 계획한다. 산>호수>마을 우선순위를 3개로 구분해서 날씨가 가장 좋을 땐 산(트레치메 트레킹 또는 케이블카) 그 다음 순서에 호수, 그 다음 순서에 마을 이런 순서로 배치한다. 어떤 날에는 호수를 먼저 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마을을 먼저 보기도 하고, 여행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뿐이지만 그 하루를 어떤 식으로 배치 할 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기 때문에 계획을 1개만 세우기 보다는 2~3개를 세워서 유동적으로 활용하자. (물론, 대중교통으로 이동 시에는 이 방법이 조금 힘들 수 있다.)

2019년 7월 15일, 트레치메(Trecime)
돌로미티 지역에서는 국지성 호우(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산 위에 올라가면 어느 지역에서 지금 비가 내리고 있는지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만약 비 소식이 있다면 안전을 위해 산 보다는 호수나 마을로 이동하자. 산에 있을 때 비가 내린다면 잠시 가장 가까운 산장으로 대피하자. Rifugio라고 적혀있다. 산장 위치를 미리 파악 해 둔다면 좀 더 안전하게 돌로미티를 여행 할 수 있다.(권장)
2019년 7월 20일, 팔로리아(Faloria)
날씨 좋은 날엔 암벽등반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케이블카 타고 팔로리아에 오르던 중 만난 두 사람의 모습인데 멀리서 카메라로 잠시 담아 봤다.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묵묵히 돌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많을 땐 7~10명까지도 돌산을 오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2019년 7월 20일, 팔로리아(Faloria)
사실, 이 날도 날씨가 100% 좋다고 할 순 없었다. 먹구름은 언제나 봉우리 위에 떠 있었다. 하지만 여름철 더위를 피해 돌로미티 지역으로 여행을 온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한 날씨가 이어졌다. 날씨 앱 상에서 2자리 숫자의 바람이 불 때면 그 시원함은 표현하기가 어렵다.

2019년 7월 20일, 팔로리아(Faloria)
케이블카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아무래도 바깥으로 다리를 내어놓고 타야하는 리프트보다는 박스형 케이블카가 좀 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1200m 대의 코르티나 마을에서 2100m 대의 팔로리아에 오르기까지 1차례 갈아타는 포인트가 있다. (3분 이동 - 갈아타고 - 3분 이동) 비가 많이 쏟아지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잠시 운행 중지 되었다가 안전이 확보되면 다시 운행이 재개되기도 하니 날씨를 잘 체크하고 시간을 여유롭게 계획하자.

2019년 7월 25일,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
미주리나 호수 근처에는 작은 마트(DESPAR)가 하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찾기 힘든 시원한 커피, 사실 맛은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지만 호수를 산책하며 한잔 마시기에는 적당한 듯하다. 미주리나 호수 한바퀴 산책하는 것은 대략 40분 정도 소요되는데 빨리 걸으면 30분, 사진찍으며 천천히 걸으면 1시간 정도 예상하면 된다. 폭우가 내리는 날씨만 아니라면 한번쯤 걸어보기에 괜찮은 길이다.

2019년 7월 25일,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
가끔은 호수 주변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벗삼아 잠시 쉬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소들이 초록풀 밭 위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것도 괜찮다. 덥고 복잡한 관광지를 벗어나 미세먼지 없는 공기를 마시며 나무와 돌산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이 펼쳐지는 돌로미티 여행의 매력이랄까?

2019년 7월 25일, 팔로리아(Faloria)
며칠 전 다녀온 돌로미티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폭우(심지어 우박까지)가 생각보다 오랜시간 쏟아졌는데 4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다. 산 위에 오르고 나서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은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었는데 그 타이밍을 잘 활용해서 평소에 잘 안 타던 지프차(왕복 9유로)를 타고 한 단계더 올라갔다. 승차감은 떨어지지만 저 돌길을 힘 안들이고 올라 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운전 해 주시는 분도 친절하시고 유쾌하다. (지프차는 여름철에만 탑승가능, 겨울시즌엔 이 곳이 스키장이 된다. 최대 8명)

2019년 7월 25일, 팔로리아(Faloria)
한단계 더 올라서니 정말 추울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다른 분들은 긴팔을 꺼내입기 시작했다. 무더위에 지쳐있는 한여름에 추위를 느낄 수 있는건 정말이지 축복이라 생각한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청량함에 기분 좋은 하루였다. 마을로 내려오고 나니 다시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7월의 날씨는 이처럼 변화무쌍하다. 일기예보 앱에는 대부분의 날짜에 비/구름/번개가 함께 표기 되어 있다. 하지만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드무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고 당일날 아침에 앱을 한번 더 열어서 확인 후, 산>호수>마을 어디를 먼저 둘러볼지 계획을 잘 세워보자. 이탈리아, 특히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돌로미티 지역 여행도 꼭 여행 리스트 안에 포함 했으면 좋겠다.
나의 든든한 피서지. 돌로미티.
8월에 또 만나러 가야겠다.
- 글/사진 : 유로자전거나라 이상호 가이드 -
- 유튜브 : 이태리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