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탈리아 자전거나라 가이드 강재원입니다.
이탈리아 지점의 미식가이자 대식가를 맡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민한 미식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보다 잘먹는 건 자신있는, 뷔페형 인간 (미)대식가에 가깝죠.
역시나 음식하면 빼놓을 수 없는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에 살고 있으면서 경험한 맛집 혹은 음식정보를
독자들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한
"Alberto's EATALY"
라는 타이틀로 현지통신원 란에 연재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탈리아 생활을 하면서 많은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마셔보았다.
( 재정상의 이유로 비싼 와인은 많이 마셔보지 못했지만 ㅋㅋㅋㅋ)
우연히 회사선배님의 쾌척으로 한병 마셨던 MARISA CUOMO 와이너리의 명주. FIORDUVA
FIORDUVA : 해석해 보자면 융기현상으로 만들어진 "피오르드 지형의 포도" 라는 뜻인데
매주 남부를 가며, 배를 타며, 멀리서 보이는 포도밭에 매 계절마다 무르익어가며 색이 바뀌는 포도를 보며
나의 모습은 아닌가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혼자만의 사색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저 곳에서 나온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어떨까? 늘 궁금했지만 알 수 없었던 그 맛이 한모금의 와인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 화이트 와인은 개인적으로 그저 새콤달콤한 맛이기에 맛이 거기서 거기지! 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와인의 세계는 끝이 없구나!" 깊은 맛의 화이트와인을 다시한번 느껴보며 우연히 숙소가 이곳인 손님을 내려다 드리고
짬시간이 나 이 와인한병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과정이 보고싶어져 무작정 아말피 해안도로의 도시
FURORE 로 차를 향했다.

매번 포지타노에서 출발하는 페리에서 FURORE 의 아치형다리 그리고 그 안의 협곡에 있는
FURORE 를 살펴보다가 인생 처음으로 이 위를 운전해 지나본다.
찰리채플린은 말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하지만 나는 가까이 다가간 FURORE 에서 잊지못할 희극 한편을 만들었다.

여느 다른 아말피 해안도로의 길과 다를바 없는 FURORE 의 중턱즈음
MARISA CUOMO 의 양조장이 위치해 있다.
깔끔한 디자인에 깔끔한 골목길. 구글맵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법한 위치에 있어 이곳이 맞나? 생각하면서
와이너리 문을 두드렸다.

와이너리 안으로 들어가니 수많은 수상 기록들과 함께 이곳의 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영상자료가 재생되어지고 있었는데, 10분 가량의 영상 한편을 보니 기존의 다른 지역에서 보던 와인들과는
차별화 된 이 와이너리만의 양조 기술이 돋보였다.
남부지역의 뜨거운 햇살을 머금으며, 빗물을 머금지 않고 흘려 보낼 수 있는 절벽에 만들어진 포도밭.
그리고 그 포도를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따낸 다음. 아말피 해안도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해안동굴에
오크통을 두고 오랜시간 숙성시켜 RISERVA 와인을 만드는 모습은 내가 여태까지 살펴본 그 어느 와이너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진기한 절경이었다.

수 많은 상패와 이곳이 소개된 책자들.

디저트 와인과 그라파 그리고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들까지.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와인은 스틸탱크에서 1년 안되는 시간동안 만들어내고 고급라인의 RISERVA 와인만이
위에서 언급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과정을 거쳐서 탄생된다고 한다.
마음같아선 다 한잔씩 마셔보면서 테이스팅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라벨과 디스플레이.

놀라운건 이 곳의 시작은 1942년으로 , 다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와이너리에 비해서 짧지만
1980년 Andrea Ferraioli 와 그의 와이프 Marisa Cuomo 가 거대한 아말피 해안도로의 포도밭을 사들이면서
전설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의 특수성을 적극 활용하며 최고 수준의 와인을 만들어내자!"
라는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하는데, 알고보니 이곳의 와이너리가 창업주의 사랑하는 와이프의 이름이었다니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의 로맨틱함에 무릎을 치면서 이런 저런 질문을 드리면서 직원분을 괴롭혀본다.

메뉴를 보면서 인생 명주 FIORDUVA 를 구매하고 싶었지만, 아직 서민인지라
최고급의 와인 한병보다는 대중적으로 생산되는 라인의 Furore bianco 와 Ravello bianco 한병씩을 사들고
질문을 드렸다. 이 곳의 대표 와인 Fiorduva 는 이 지역의 대표품종인 Ripoli 와 Ginestra 품종을 배합하여 오랜시간
숙성시켜 만드는 이곳의 심장같은 와인이라면 중간급 와인인 이 두 와인은 어째 포도 품종 배합도
60 의 Falanghine 와 40의 Biancolella 로 같은데 다른 이름을 달리 한 이유를 물어보자 사장님은
똑같은 포도이지만 심어진 토양이 거친 토양이냐 아니면 조금은 촉촉한 토양이냐에 따라서도 맛이 바뀐다고 하셔서
이게 우리가 일반적인 맛으로 낼 수 있는 차이라고 설명해주셔서, 그 맛의 비교를 해보고자 지갑을 열었다.

문닫기 40분전에 도착해서 내부의 간단한 양조장 구경과 Fiorduva 시음 한잔.
그리고 한번 꼭 보고 싶었던 이곳의 Riserva 와인을 만드는 해안동굴은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올 때는 꼭 예약을 하고 오라고 그러면 그 모든걸 다 보여줄 수 있다는 사장님에 말에 다시한번 이 곳에 들를 이유가
생겨버렸다. 설명을 듣느라 와인시음은 딱 한종류 밖에 해보지 못했지만, 이곳에 온김에 Riserva 급 레드와인도 마셔봐야지
양조장은 닫지만 이곳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안내를 도와주셨다.

"BACCO FURORE" - 직역해 보자면 푸로레 마을의 바쿠스
술한잔 해보고 싶게 만든 장소이다. 게다가 신뢰의 마크 미슐랭까지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지 아직 마셔보지 못한 이곳의 대표 레드와인 한잔을 하러 내부로 들어간다.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Furore Rosso Riserva 한잔을 주문하니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절인 올리브와 과자를 안주로 내어준다.
역시 화이트와인과 같이 Piedirosso 라는 로컬 품종 50프로와 남부의 얼굴 Aglianico 품종을 50 배합해 만드는 와인
개인적으로는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맛이었지만, 이 곳의 모든 대표 와인을 마셔보았다는데 의미를 두며
오늘의 와이너리 투어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최고의 안주는 최고의 풍경이라 하지 않았나?
비록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는 테이블이지만 아직 영업시작을 하지 않는 이곳의 테이블을 거니며
남부의 지중해 티레니아 해를 눈에 담아본다. 다음에 이 곳에 온다면 이곳에서의 식사도 기약해보면서

익숙해져서 어느덧 한숨이 나올 법한 이탈리아 남부의 아말피 해안도로가 잠시의 일탈로 더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내적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방법이 독서라면, 외적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말처럼
매번 비슷한 풍경이 아닌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도전이 이탈리아 남부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게 해준것만 같다.
개인적으로 차를 빌려 이 곳을 지나는 여행자가 있다면 과감히 추천해드리고 싶은 FURORE 의 와이너리
MARISA CUOMO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