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돌로미티 날씨는 어떤가요?"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7월에 볼 수 있었다면, 8월의 돌로미티 하늘에는 항상 구름이 걸려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8월의 하늘을 더 좋아한다. 뜨거운 햇살에 눈이 부실 때면, 가끔씩 지나가는 구름들이 해를 가려준 덕분에 그늘이 만들어져서 참 좋다. 다만, 8월에 들어서니 일기예보 상에는 항상 비와 구름, 번개로 가득 했기에 8월 내내 돌로미티 날씨에 관한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산악지대여서 국지성 호우가 워낙 강한 탓에 날씨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예보상에는 하루종일 소식으로 가득한 날에도 막상 현장에 가니 비 한방울 내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일기예보는 너무 맹신하진 말고 참고로만 활용하자. 오히려, 날씨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여행을 출발 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가져다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부터 끊임없이 날씨를 검색 해 보다가 돌로미티 여행을 포기하는 분들도 종종 있는데 돌로미티 여행을 갈까? 말까? 고민중이라면, 나는 일단 한번 도전 해 보시라고 권유하는 편이다. 사진으로보는 것과 직접 현장에서 눈으로 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날씨는 하늘에 맡겨보자.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코르티나(Cortina)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생각하며 돌로미티 여행 준비 시 어떤 옷을 챙겨가야 할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필요 할 듯 하여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틈틈이 글과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두고 있다. 8월의 경우, 해발 2천미터 이상으로 올라가더라도 얇은 긴팔(바람막이)에 반바지 또는 편한 긴바지, 편한 신발 정도면 충분하다. 간혹 비가 내리는 경우에도 '춥다'라는 느낌보다는 '시원하다'라는 느낌이 좀 더 강하다. 너무 두껍게 입을 필요는 없다. 필수는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소나기에 대비하려면 가방에 우비 하나 정도는 챙겨 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2019년 8월 5일,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 / 해발 1756m
8월 초에는 호수 주변을 산책하기에도 딱 좋은 날씨다. 미주리나 호수의 경우 8월 내내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개인적으로는 반바지를 선호하지만 호수 주변을 산책 할 경우에는 가급적 긴바지를 입길 권장한다. 아무래도 물 주변이다보니 모기를 비롯해서 날파리가 종종 있는 편이니 8월 여행을 준비중이라면 한국에서 '버물리' 하나 정도는 챙겨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19년 8월 5일, 트레치메(Tre cime)
오늘 날씨가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고 싶을 때, 나는 트레치메 봉우리 꼭대기(해발 2999m)를 살펴본다. 구름에 가려져 있지 않고 3개의 봉우리가 모두 보일 때면 나는 오늘 날씨가 참 좋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이 곳을 방문하는 날 중 절반은 봉우기 끝이 구름이나 안개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8일, 트레치메(Tre Cime)
만약, 폭우가 쏟아지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트레킹보단 마을이나 호수에서 시간을 더 보내는 것을 권장한다. 8월에도 소나기가 한번 퍼붓기 시작하면 천둥/번개를 동반해서 무섭게 쏟아지는데 일정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근처 산장이나 카페에 잠시 피해 있다가 비가 그치면 움직이자. 그리고 간혹 전날 내린 폭우로 지름길에 낙석이 발생했다면 안전을 위해 조금은 둘러가는게 어떨까?

2019년 8월 8일, 멀리 보이는 로카델리 산장(Rifugio A. Locatelli)
구름으로 휘감겨진 돌산의 풍경을 바라보는 그 느낌은 글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에게 사랑받는 트레치메 트레킹 코스이기에 많은 분들에게 소개 해 주고 싶은 포인트이다. 다만, 입구(아우론조 산장)에서부터 로카델리 산장까지 다녀오려면 적어도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정도는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최소 1박 이상 머무시는 분들께 권해드리는 코스이기도 하다. 산 속에서는 시간 계산을 잘 해야한다.

2019년 8월 8일, 트레치메(Tre Cime) 옆 모습

2019년 8월 8일, 트레치메 트레킹 중에 만난 야생동물
8월 초에는 특별한 변수 없이 맑은 날씨가 계속 되었다. 처음으로 야생동물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고 야생화도 피고지고, 트레치메 트레킹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다. 시원하기도 해서 여러모로 참 좋은 시기다.

2019년 8월 15일, 트레치메(Tre Cime)
8월 중순부터는 날씨도 날씨지만 유럽사람들의 여름휴가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여행일정 계획시 꼭 참고하자. 8월 15일이 우리에겐 광복절이지만 여기에서는 성모승천대축일이라 부르고 있고 공휴일이다. 이 날을 기준으로 앞 뒤로 약 2~3주간 휴가를 보내는데 교통 트래픽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간이며 숙박비도 2배 가까이 비싸지는 기간이기도 하다. 만약 돌로미티 여행 날짜를 8월로 계획한다면 8월 초나 8월 말로 계획하는걸 권장한다. 올해 8월 15일에도 돌로미티를 다녀왔는데 이동시간이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더 소요될만큼 교통 트래픽이 늘었지만 그나마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더운 여름에 에어콘 바람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돌로미티 지역은 이탈리아 사람들 뿐만아니라 오스트리아, 독일 등등 주변의 다양한 나라에서도 여행을 많이 방문하며 대표적인 여름철 피서지로 손꼽히고 있다.

2019년 8월 21일, 트레치메(Tre Cime)
때때로 구름이 낮게 움직이는 날들도 있다. 해발 2300~2400m에서의 기온이 15도 전후로 형성되며, 구름을 곁에 두고 가까이 볼 수 있는 날엔 체감상 평소보다 훨씬 시원한 느낌이었다. 바람만 한번 불어도 공기에 시원함이 묻어나와서 참 좋다. 한여름에 '춥다'라는 느낌이 들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도 다녀가신 트레치메 트레킹 코스

2019년 8월 29일, 트레치메(Tre Cime)

2019년 8월 29일, 트레치메(Tre Cime)
8월말, 돌로미티 트레킹 하는 사람들의 복장을 살펴보면 반바지와 긴바지의 비율은 절반씩이다. 대신 상의는 반팔 티셔츠에 바람막이로 거의 통일 되어 있다. 걷다가 조금 덥다 싶으면 바람막이만 벋고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부지런히 걷는다. 가족 단위 여행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아이도 큰 어려움 없이 트레킹 코스를 잘 소화한다. 천천히 주변과 바닥을 잘 살피면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대자연의 웅장함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2019년 8월 29일, 트레치메(Tre Cime)
8월의 코르티나 마을은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복잡하다'는 느낌보다는 '활기차다'라는 느낌이 드는 이 곳. 작지만 매력적인 마을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늘도 예보는 비로 가득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날씨 예보만을 보고 섣불리 포기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이다. 어떤 날씨라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맞이하고 여행에 나서보는건 어떨까?
- 글/사진 : 유로자전거나라 이상호 가이드 -
- 유튜브 : 이태리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