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행복하고 즐겁게 끝나야 한다’라고 항상 이야기하지만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게 끝날 수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하죠.
소매치기를 만날 수도 있고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고, 건강 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마에서 다쳤을 때, 어떻게 해야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우선, 한국의 의료 제도와 이탈리아의 의료 제도는 많이 다릅니다.
한국의 경우 아픈 증상에 따라 병원을 찾아가고 의료보험을 통해 (큰 문제가 아니라면) 엄청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약국이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처방전을 받고 바로 내려가서 약을 탈 수 있는 아주 편한… (씁쓸)
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우 개개인들마다 가정의사 개념으로 운영이 됩니다.
감기에 걸린다거나 몸이 아프다거나 하면 자신의 주치의에게 연락을 해서 예약을 잡고 그곳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죠.
이렇게 차이점이 있습니다만, 급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똑같이 응급실을 갑니다.
이탈리아어로는 PRONTO SOCCORSO 라고 합니다.
급한 경우, 118로 전화를 해서 구급차를 부릅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데려다 줍니다.
도착을 하면 의료진들이 나와서 상태를 체크합니다. 그리고 경중에 따라 등급을 매기게 되는데 단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고 대기 번호를 받게 되고 이름이나 번호가 호명 되면 의사를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번호에 상관 없이, 도착한 순서와 상관 없이 급한 사람(빨강, 노랑)부터 치료를 받게 된다는 게 포인트...!
제 경우를 얘기해보자면, 모두 Verde(초록) 등급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로 갔을 땐 6시간, 두 번째 경우에는 7시간, 세 번째의 경우엔 4시간 정도가 소요 되었구요.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다고 하죠. 이탈리아의 응급실 제도는 한국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정말 답답하기 그지 없는 제도 입니다.
기본 대기시간이 4-5시간 정도이니 말이죠. 세금으로 운영이 되기에 의사의 수도 많지 않은 게
대기시간이 긴 것에 한 몫 한다고 하는데…
대기실을 가서 얼마나 기다렸냐고 물어보면 이태리 사람들도 한숨을 내쉽니다. 그리고 수시로 접수처에 가서 물어보죠.
“나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니, 5시간이나 기다렸는데…”
그래서 그런 말도 있다고 합니다. 알아서 괜찮아져서 나오는 응급실이 이탈리아 응급실이라는,,,
치료는 해 줄테니 좀 (많이) 기다려라- 라는 그 의지 !
하지만 장점은 그 모든 비용이 무료라는 겁니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상관 없이요.
빨리 치료해 줄 수 없을지 모르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아픈 이들이 찾지 못하는 응급실은 되지 않겠다, 라는 그 소신이
한편으로는 너무 짜증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게 맞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탈리아 응급실을 찾아가시는 분들은 정말 급하게 실려가는 것이 아닌 이상 대기시간이 4시간 정도 된다 생각하시고 읽을 책, 휴대폰 배터리는 100퍼센트 완충해서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정말 지루하다 못해 지겨워서 의사도 못보고 나오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아프지 말자! 라는 거 :)
하루하루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여행해요, (저에게 먼저 다짐해봅니다...)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