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시 / ASSISI
누군가 이곳을 참 사랑의 도시라 하지 않았는가?
몇 백년전 이곳에서 참 사랑을 나누던 누군가의 이야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참 사랑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올해에만 4번째 방문인 이곳.
오랜만에 아씨시 구시가지 광장에 들어섰다.
이곳은
작년 12월에 방문했을때와
그전 2016년 생애 처음 방문했을때와
그 어떤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하고
또 차분하다.
비단 이곳만의 특색일까?
이 도시 역시도 자신이 왜 이탈리아의
속해 있는 도시인지를
‘변하지 않음’으로 뽐내고 있었다.
손님들에게 식당과 식사를 안내해드리고
비로서야 나만의 시간에 왔다.
일을 하다보면 식사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요즘에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다 거절하고 있다.
처음에는 쉬고자 하는 욕망이
먹고자 하는 욕망을 넘어서서 였다면,
요즘은 나만의 새로운 식당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손님들과의 식사를 저어하게 만든다.
식당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점심식사 시간이 끝나고 다시 만난 손님
표정이 좋지 않다면,
식당이 불 친절했거나,
밥 맛이 없었던 것이다.
그 표정을 마주하며
오후 일정을 진행하다보면,
밥이 맛이 없는 식당을 알려준 너도
‘밥맛 없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자신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여 구글에 검색을 하고 또 해본 결과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돼지고기의 비쥬얼을 보여주는 식당을 발견했다.
이름은
TAVERNA DE L’ARCO
메뉴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처음 식당에 들어왔을때,
나는 오늘 이 곳의 마수걸이 손님이었다.
방금 문을 연 식당에
서버들이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었다.
혼자 온터라 4인 테이블을 제외하고
눈에 보이는 젤 구석에 자리에 앉았다.
식당 지배인처럼 보이는 여성분께서,
신참처럼 보이는 서버를 교육하고 계셨다.
내게 주문을 받으로 오신 지배인 누나에게
프리모 메뉴에서 마지막인
pappardelle al ragù di bianco di cinghiale
(파파델레면에 멧돼지 고기로 소스를 낸 하얀 파스타)
세컨도에서 첫번째인
Maialino in crosta di sale con patate al forno agli aromi.
(허브와 함께 구운 감자와 소금으로 껍질까지 간을 한 어린돼지고기)
를 주문하였다.
예전 아기돼지 고기를 먹는것에 죄짓는 마음에 부담감을 느꼈지만,
한번 먹어보고서는 그 마음보다는,
한번 더 녀석을 맛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져갔던터라,
이번 주문에는 큰 부담이 없었다.
지배인 누나가 큼지막한 빵을 서걱서걱 썰어서
내 자리에 서빙해 주었다.
헌데 발사믹과 올리브를 가져다 주지 않았다.
인종차별이 아니다.
달라고 주문하면 가져다 준다.
이 유럽땅에 인종차별이 없다는건 거짓말일터이고,
나 역시도 그 차별을 받아보지 않았다면 더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괜시리 그들의 행동에 스스로가 피해의식을 가지고
인종차별이라며 화를 내는 일도 적지 않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냥 발사믹과 올리브 있냐고 물어보면 가져다 줄 것이다.
하지만 발사믹과 올리브는 가져다 주었지만,
접시를 가져다 주지 않았다.
인종차별이 아니다 x 2
신참을 교육하는 지배인님이 정신이 없어서이다.
역시 접시를 달라고 하면,
미안하다는 말과 함꼐 접시가 배달 될 것이다.
로마 레스토랑의 빵들과는 다르게,
이 식당의 빵은 조금 더 응집력이 있고,
그에 반해 로마것들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로마에 비해" 부드러운 것이다.
이가 약한 나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식전 빵인게다.
바구니에 빵 절반을 먹어갔을즈음
주문했던 파스타가 나왔다.
파스타 주변으로 장식과 향을 위해 뿌려진
꽃잎이 무언인지는 알수 없으나,
자꾸만 콧바람으로 인해 잎들이 날아가버려
주변이 조금 지저분해졌다.

파스타를 먹는 도중
갑자기 영상을 찍고 싶어졌다.
하여 가방속에 있던 빅시아를 꺼내서
식탁위에 올려놓았고,
혼잣말을 하며 음식을 먹어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목소리는 키울수가 없었다.
부끄러움을 반찬삼아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드디어 이 가게를 찾게 만든 음식이 나왔다.
파스타를 먹으면서 고민을 많이했다.
파스타가 맛있기 때문에 다 먹어 치우고는 싶은데,
다음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조금 파스타를 남겨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식당에서의 내 본능은 내 의지를 넘어섰다.
위에 비어진 파스타 사진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허나 이 두툼한 돼지고기 요리를 보니,
파스타를 다 비워버린 몇분전의 내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글과 사진 / 유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