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돌로미티 날씨는 어떤가요?"
작년 기록을 보니 10월 1일을 끝으로 10월 돌로미티 여행에 관하여 내가 남긴 기록은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10월 돌로미티에 관한 이야기는 도무지 찾기가 어려워 올해 10월 중순부터는 어떤 풍경이 펼쳐지려나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너무 춥지는 않을까?' 내심 추운 날씨를 걱정 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날씨도 좋았고 비수기라 쾌적하고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돌로미티의 풍경은 꽤나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나 역시도 10월 중순~말의 돌로미티 모습은 사진으로만 봤지 직접 본 건 처음이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돌로미티 지역을 부지런히 다녔다.

팔자레고-라가주오이 산장의 케이블카를 끝으로 돌로미티 동부 지역의 케이블카는 이미 모두 종료된 상황. 돌로미티 지역은 돌산이 주는 웅장함과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여행의 포인트여서 자타공인 트레치메가 가장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이다. 하지만, 트레치메 트레킹 코스의 경우 언제쯤 시즌이 끝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언제가 마지막 출입날이냐고 물어보니 통행소 직원 스스로도 모른다고 했다. 그저 날씨가 좋으면 10월 말까지는 오픈하고 아마 11월 첫째 주에는 문을 닫지 않을까라며 혹시나 그 때 쯤 또 올 예정이라면 통행소에 전화로 물어보라고 내게 안내 해 줬다. 나는 이런 단풍으로 물들어 있는 나무들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내심 10월 말까지라도 날씨가 좋길 기원하며 길을 걷기 시작했다.

10월 22일을 기준으로, 주차장에 가깝게 위치한 아우론조 산장만 영업을 하고 있었고 트레치메 트레킹 코스에 위치한 나머지는 산장의 경우 이미 9월을 끝으로 문을 닫아둔 상황이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내년 10월의 돌로미티 트레치메에 올 계획이 있다면 시작지점에서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고 트레킹 하기를 권장한다. 어디 먹을 곳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간단하게라도 물과 간식을 함께 준비 해 온다면 금상첨화!

시작지점에서 약 50분 정도 걷다보면 반바퀴 돌아서 반대편이 멀리 내다보이는 곳에 도착한다. 로카델리 산장도 보이고 돌산이 주는 웅장한 느낌 또한 온전히 전해진다. 만약, 트레치메를 걷는다면 여기 포인트까지는 꼭 걸어보길 추천한다. (왕복 약 2시간)
가을이라 그런지 가시거리가 확 트여있어서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평소라면 대부분의 봉우리들이 구름에 가려져 있을텐데..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날이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약 2400m, 봉우리들은 보통 2800m~3100m 높이를 자랑한다. 맞은 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였다.

마지막 시즌을 즐기려는 듯,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전날 미리 일기예보를 살펴보고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이 예정되어 있다면 멋진 풍경사진 한번 찍어 볼 수 있을까 싶어서 나는 가끔 카메라를 챙겨오기도 한다. 두 눈으로 담는 것 만큼 사진에 모든 걸 담을 순 없겠지만 돌로미티 여행을 준비 중인 많은 사람들에게 10월의 돌로미티 모습을 온전히 전하고 싶은 마음에 틈틈이 셔터를 눌러본다.

10월 돌로미티는 몇 번 방문 해 보진 않았지만 다행히 모두 날씨가 좋은 편이었다. 딱, 하루 구름이 많았던 날이 있었는데 그 날도 춥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트레치메에 모두 진입 가능했으며 트레킹 코스도 특별한 문제 없이 걸을 수 있었다. 긴바지+긴팔+얇은 바람막이 셋트로 10월의 돌로미티 여행을 잘 보냈다. 다만, 곧 다가올 10월 마지막 주의 경우에는 비와 눈이 예보 되어 있는데 기온까지 영하에 가까워지면서 꽤 추울 듯 싶다. 일 메테오(IL METEO) 날씨 앱으로 당일 날 꼭 날씨를 체크해야 한다.

'내년 6월이 되어야 다시 이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올해의 경우 6월 둘째주부터 트레치메 트레킹 코스가 오픈했고, 6월/7월/8월/9월/10월까지 약 5개월의 시간 동안만 차로 올라 올 수 있기에 끝나가는 여름시즌이 아쉽다. 한여름에는 최고의 피서지가 되어주는 돌로미티 트레치메, 내년에는 이곳에 더 자주 찾아 올 수 있길 바래본다.


10월 중순부터는 미주리나 호수-트레치메를 연결 해 주는 시내버스도 운행이 종료된 상황이라 차가 없으면 걸어서 올라 가야한다. 혹시나 10월 중순-말에 돌로미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대중교통 정보를 미리 파악하여 헛걸음 하지 않도록 하자. (실제로 차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아우론조 산장까지 걸어서 올라가기도 한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쉬고 있는 10월이지만, 그 외 모든 것들이 완벽했던 10월의 돌로미티 여행. 이제 정말 여름 시즌이 끝났다. 내년 여름 시즌에는 부디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곳을 다시 찾아 오고 싶다. 확실하진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겨울의 돌로미티 모습도 카메라에 담아볼까 한다. 내년에 또 보자. 안녕! (사진은 10월 22일에 촬영)
- 글/사진 : 유로자전거나라 이상호 가이드 (유튜브 : 이태리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