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8년 9월 5일, 가장 뜨겁고 환하게 빛났던 그! 태양왕 루이 14세가 생 제르망 엉 레에서 태어납니다.
1122년 루이 6세는 파리 서쪽 숲으로 둘러 쌓인 고원지에 요새를 건설하였고,
이 작았던 요새는 루이 9세, 프랑수아 1세, 앙리 2세를 거치며
예배당, 연회장, 55개의 방으로 구성된 성이 되어 "생 제르망 엉 레"로 불리게 됩니다.
이후 앙리 4세가 정원 끝자락에 새로운 성(Chateau Neuf)이라 불리는 곳을 만들며
그 중요성이 축소된 본 성은 오래된 성(Chateau Vieux)으로 불리게 됩니다.
하지만 1682년 루이 14세가 베르사유를 정궁으로 정하게 됨에 따라 이 곳은 역사의 뒤안길로 넘어가게 되죠..
게다가
새로운 성(Chateau Neuf)이 무너지고, 오래된 성(Chateau Vieux)은 혁명 기간 동안
감옥 및 기병대 학교, 병영 등으로 사용되며 많은 부분이 훼손되자
1862년 나폴레옹 3세와 1962년 앙드레 말로에 의해 대대적인 복원 작업이 진행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복원 작업 이후에는 성이 아닌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모습으로 공개가 된 곳으로
루이 14세의 흔적을 느껴보고 싶었던 햇살 좋았던 며칠 전, 잠시 다녀와봤답니다. :D
방문했던 당시에는 아쉽게도 오래된 성 앞 르 노트르 디자인의 정원이 보수 진행 중이라 볼 수 없었기에
지금은 사라진 새로운 성이 있던 자리로 콧물을 훔치며 산책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정원 끝자락으로 가던 중 남겨진 한 채의 건물을 통해 새로운 성의 흔적을 볼 수 있었고,
그 곳에서 뜻밖의 문구를 발견하게 되죠. "ICI NAQUIT LOUIS XIV", "루이 14세는 여기에서 태어났다"라고요..!?
새로운 성의 한쪽 건물로 남겨진 이 건물, 앙리 4세 건물 안에서 루이 14세가 태어났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 생 제르망 앙 레의 상징이 그의 요람과 그가 태어난 날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요!
실제로 이 상징은 정원과 건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답니다 :)
(1638년 9월 5일, 루이 14세가 태어난 날이죠 :) )
그리고 루이 14세의 탄생지를 눈으로 보았다는 사실에 감격해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이 정원은 파리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라데팡스와 에펠탑까지 한 눈에! :D
이 뷰를 향한 모습으로 새로운 성이 있었다니.. 왕들은, 귀족들은 참 좋았겠어요...ㅜㅜ
그리고 뻥 뚫린 뷰를 담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정말 끝없이 펼쳐진 이 정원..
왠지 낯익고 친숙해요... 그 이름... 역시 르 노트르..!
베르사유 정원과 튈르리 정원 등을 설계하며 프랑스 조경양식의 표본을 만든 르 노트르의 손길은 여기까지 닿았습니다.
하지만 드넓은 정원 안에는 그의 프랑스식 정원 뿐만이 아니라 영국식 정원도 함께 있어서
취향과 목적에(?) 맞춰 정원을 거닐고, 산책했던 과거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았죠.
그렇게 정원을 한 바퀴 돌며 루이 14세와 르 노트르의 자취를 느껴보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오래된 성으로 향했습니다.
파리가 있는 부분에서 바라본 생 제르망 엉 레의 모습,
사라져 버렸지만 베르사유 궁전 뺨치게 화려했던 새로운 성과 그 뒤편의 작은 규모의 오래된 성이 함께 보이죠.
오래된 성은 현재 국립 고고학 박물관으로 활용되어 구석기부터 철기 시기까지의 유물과
프랑스인들의 시조라 인정받고 있는 골루아 족의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뗀석기-간석기.. 뼈바늘로 이어지는 전시를 보면서 끊임 없이 외웠던 사탐의 추억이...
덕분에 잠시.. 내가 여기를 왜 왔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관람을 하다 보니 전시된 유물들에 대한 안내가 잘 되어 있어 어느 순간부터 집중해 보기 시작했죠.
게다가 카이사르와의 전투에서 패배했지만 용맹과 기개를 보여 굽히지 않는 저항정신으로 신격화된
골 족 연합의 최고 사령관 생 베르제토릭스, 그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와 골루아 족의 생활상도 만날 수 있었죠.
이렇게 관람하다보니 한 시간 남짓.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실 나폴레옹 3세 시기 복원 과정 속에서 과거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새롭게 내부를 수리해두었기 때문에
(베르사유 궁전도 그랬죠..ㅜㅜ)
왕들이 머물던 시기의 실내 장식이나 가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생 제르망 앙 레의 이야기 자체는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답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흔적은 남겨두었습니다.
이 생 제르망 엉 레, 오래된 성에서 가장 긴 기간을 머물며 결혼식까지 치룬 프랑수아 1세의 이니셜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죠.
너무나 깔끔하게 복원한 연회장에도 남겨진 하나, 굴뚝!
프랑수아 1세의 이니셜과 그의 상징이었던 도마뱀이 장식되어 건물이 품고 있는 역사를 조금이나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
그래도 아쉬운 것은 사실이죠.. ㅎㅎㅎ
그래도 내부 관람을 마치고 나와 둘러보는 오래된 성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 황홀했답니다....
조금은 아쉬운 모습도 있었지만 일정에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뻥 뚫린 파리의 전경도 담고, 과거의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는 생 제르망 엉 레,
한 번 방문해보세요! :D
남들과 다른 파리의 여행, 즐겹겨보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