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없지만, 시간은 남아도는 연말.
신은 나에게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크리스마스의 선물과도 같았다.
눈에 들어오는 포스터가 있었다.

가까운 곳에 살고 계신 교황님에 대한 이야기.
내 손가락이 이 포스터를 누를 것은 너무나 당연 하였다.
시작하는 것이 큰 줄기이다.
콘클라베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득표를 하였다는 것이었다.
교황에 자리에 올랐을 것이라는 내 선입견을 제거해 주었다.
추기경 자리에서 내려오고자 교황에게 은퇴를 허락해달라고 여러번 편지를 남겼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베네딕토 16세와의 며칠간의 시간이 그려진다.
두 교황은 너무나 달랐다.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는 카톨릭 전통의 수호자라 불려도 이상할게 없을 만큼
추기경들이 자신을 만나러 올때, 추기경들의 옷차림에도 간섭을 할 정도였다.
식사는 한 접시에 제대로 요리가 된 식탁에서의 혼자만의 식사를 선호하였다.
환타를 좋아하시는지는 몰랐다(독일인이라서 그러셨을까?)
그에 반해 베르골리오(현 프란치스코)는
조금은 민중에 다가가는 연설과 성경의 구절들을 전통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대신
오늘날의 삶의 방식대로 이해하려 하였다.
피자를 좋아했고,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선수들이 축구경기에 골을 넣는 것에 열광했다.
그렇다고 둘 사이에 공통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음악이 공통 분모였다.
베르골리오는 아바의 노래를 흥얼 거렸고,
베네딕토 16세는 카톨릭의 성가곡과 클래식이 접목된 듯한 음악을
피아노 커버 앨범으로 낼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이 두 교황이 걸어가며 나누는 대화는
기존 교황이라는 존재가 신성시 되었던 여타의 영화보다
두 인물의 인간적인 면보가 부각되어
보는 나로 하여금 가슴에 울림이 있게 하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점은 이야기의 구성뿐만 아니라
세트장에도 숨어있다.
누구보다 두 교황께서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속의 배경지를
자주 방문해보았던 나라고 자부한다.
카스텔 간돌프, 로마공항의 모습은 실제의 장소에서
촬영이 진행되었고, 시스틴 성당의 경우에는
프린팅 되어있는 그림이 조금 어설프긴 했으나,
현장을 자주 본 사람이 아니라면, 실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세트장이었다.


콘클라베가 이루어지는 모습도 색달랐고,
투어때마다 방문하는 이곳에 오디오의 위치,
감시카메라의 위치까지 한치에 오차도 없이
재현된 영화속의 장면을 보아하니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세트장만이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혀 매칭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두 거장이
두 교황을 재현하는 모습과 연기는
놀러움을 넘어서는 감동으로까지 전해졌다.

<Photo illustration by Slate. Photos by Peter Mountain/Netflix and Franco Origlia/Getty Images.>

<Photo illustration by Slate. Photos by Peter Mountain/Netflix and AFP Photo/L’Osservatore Romano/Getty Images>

<Photo illustration by Slate. Photos by Peter Mountain/Netflix and Arturo Mari/L’Osservatore Romano/AFP via Getty Images>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내가 젤 인상깊이 눈여겨 봤던 점은
베네딕트 16세라는 인물이다.
표면적으로 비춰지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자신과 다르게
교단의 전통을 행하지 않는 프란치스코를 배척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의 모습은 서두에 언급한것처럼
전통의 수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었다.
그 인물이 유례가 없던
카톨릭의 전통을 깨는 교황의 자리를 내려놓는
결심을 했다는 사실.
어딘지 모르게 예전부터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비해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도 일부 신자들은 그를 나치 라고 표현할 정도이다.
하지만 교단의 부패를 두고 볼 수 없었던 그는
자신보다 신의 말씀을 더 잘 이행할 수 있는
어찌보면 자신과는 물과 기름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자신의 눈 밖에 두었던 인물을 자신에 자리를 대신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준 모습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바티칸의 역사와 이야기를 전한지도 4년
헌데 그 이전까지는 그 베네딕토 16세가
목숨같이 지키던 교단의 전통을 깨고,
파격적으로 자신의 후계자를 찾았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허나 이 영화 한편을 보고 나니,
266대 교황의 인기에 가려져있었던
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너무 거대해 보였다.
두 교황이라는 영화의 타이틀.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베네딕토 16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남기는
따듯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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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태식/
사진 넷플릭스
별도의 사진은 출처를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