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살다보면 가끔 나이를 소개할 때 한국식 나이와 외국식 나이를 따로 말하곤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될리가 없는 이태리사람들에게 조목조목 이해를 시켜주는 일이 나에겐 매번해도 재밌는 일이다.
한국인들은 어머니 배에서 나올때 이미 1살이 되고, 거기다 매년 1월 1일이 되면 전 국민이 다 함께 또 1살을 더 먹는다는 설명을
듣는 이태리 사람들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그렇지. 태아도 생명이니 말이야. 9개월간 자궁 속에 있었던 시간을 인정해주는 게 맞지." 말한다.
하지만 1월 1일에 다 함께 한 살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그럼 12월에 태어난 사람은 1년 내내 한 살 더 많은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거야? 그건 싫어.." 와 같이 여러 반응들을 보인다.
특히 나는 가장 극적인 예시를 들어 사람들의 충격적인 반응을 즐기는데,
"아기가 12월 31일 자정 1분 전에 태어났는데, 1분 뒤면 그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2살이 되어 있는거야. "
그럼 다들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되는 참 재밌는 상황이 벌어진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또 구정이라는 걸 보내는데 그 때 가족과 함께 떡이 들어가 있는 국물을 한 그릇 비우면
또 한 살을 먹는다고 덧붙여 설명하면 이젠 "맘마미아!"가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출처 구글>
물론 가장 뒷이야기는 농담삼아 던진 말이지만, 한국인들은 새해가 밝으면 항상 먹는 그 쌀을 다시 떡으로 만들어,
가장 맛있는 고깃국물에 푹 익혀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문화를 즐긴다.
떡국을 넘어서 우리의 식탁에 절대 빠져선 안될 국물음식은 오래전 부터
우리 조상님들이 '나누어먹는다'라는 마음으로 만들어낸 문화이다.
"숟가락만 하나 더 얹으면 되는데 뭐." 하며 나누어먹은 탕과 국은
한국인들의 인심과 정을 표현할 때 항상 등장하는 메타포이기도 하다.
타국에 거주하며 춥고 배고프고 가족이 그리울 때 가장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은
다름아닌 오뎅탕, 김치찌개, 뭐 이런 국물이 들어간 음식들이다.
국을 먹으며 "아으~뜨겁다~"가 아닌 "아으~시원하다~" 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도
뜨거운 국물을 먹음으로써 내 마음과 정신이 외로움과 스트레스로 꽉 잡혀있다
눈 녹듯 스르르 풀려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출처 구글>
그렇기에(?) 올해 2020년 경자년을 시작하는 설날에 가족없이 쓸쓸하게 보내야하는 이 시간을
한국식 떡국과 더불어 이탈리아식 국물요리로 극복해봐야겠다 생각을 하게됐다.
바로 이탈리아 중북부 볼로냐 지역과 에밀리아로마냐주 사람들이 즐겨먹은
작은 만두처럼 생긴 또르뗄리니 인 브로도 (육수에 있는 또르뗄리니)이다.

<출처 구글/ 편집 본인>
또르뗄리니는 파스타와 같은 밀가루 반죽을 얇고 동그랗게 만두피처럼 밀어 그 안을 치즈, 햄, 시금치 등으로 채워 만든 요리이다.
(라비올리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비너스의 배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보아도 애기 배꼽처럼 생겼다.
배꼽 중 가장 예쁘다는 뜻에서 비너스의 배꼽이라 불렀나 싶을 정도로 작지만 매력적인 파스타 중 하나이다.
또르뗄리니 또한 떡국과 마찬가지로 추운 겨울날 특히 성탄절과 새해날 가족들과 함께 나눠먹었던 음식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음식이기에
(물론..... 완제품 또르뗄리니를 사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국에서도 이탈리아 겨울 가정식 음식을 도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파스타보다 훨씬 쉬운 것 같다.)
글/사진 윤주희 가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