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페인자전거나라 이희근 가이드입니다.
이번 작품은 제가 처음에 소개했던 소설 『일요일의 카페』의 저자 프란세스크 미랄례스의 다른 작품입니다.
‘글’에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좋아합니다.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거나 박진감 넘치는 전개의 소설은 아닙니다. 일상적이고 사소하죠.
하지만 일상을 조금 다르게 마주할 때 발견하는 새로움과 그 속에서 느끼는 소중함, 그런 마음이 담겨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방구석 스페인 여행, 다섯 번째 작품은 소설
『사소한 것의 사랑』 입니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가르치는 서른일곱살, 주인공 사무엘은 학교와 집을 오가며 단순하고 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혼자 새해를 맞이하는데요. 해가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고 새로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날 아침 문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이야기와 관련 없는 사진-투어 중에 만난 귀여운 고양이)
사무엘의 집을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길고양이. 자신의 다리에 몸을 비벼대는 고양이를 보고 사무엘은 평소답지 않게 고양이에게 줄 우유 한 그릇을 가지고 다시 문밖으로 나오지만 이미 고양이는 사무엘의 집안으로 들어와버렸습니다.
새해 연휴라 고양이를 다른 곳에 보내기도 마땅치 않아 사무엘은 어쩔 수 없이 당분간 고양이와 함께 지내기로 합니다. 이 고양이의 등장과 함께 사무엘의 삶에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변화의 시작은, 고양이를 따라 올라간 위층에서 이웃 티투스를 만난 것입니다.
스스로를 편집자라고 소개하며 철학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던 그는 사무엘에게 사소한 심부름을 한 가지 부탁하게 되는데요.
사무엘은 그 심부름을 하러 가는 길에 삼십 년 전의 첫사랑 가브리엘라를 스쳐지나듯 만납니다. 아무런 대화도 하지 못한 채 잠시 스쳐지나간 것뿐이지만, 사무엘은 가브리엘라를 보자마자 그녀가 어린 시절 첫사랑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립니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같은 사소한 행동이 어떻게 다른 사건으로 연결되고, 어떻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삶이 어떻게 바뀌어나갈 수 있는지를 깨달은 사무엘은 고양이를 계속 키우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사소할 수도 있는 인생의 작은 순간들을 찾기 위한, 첫사랑 가브리엘라를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서는데….
다음이야기는 직접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무엘의 여정이 시작되면서 여러 장소들이 등장하는데요.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 만큼 실제 장소들이 등장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곳만 몇 곳 소개하겠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주인공 사무엘은 우연히 들어간 음반 판매점
‘DISCOS REVOLVER’.

첫사랑 가브리엘라를 만나는 이 가게는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길에는 이 가게와 더불어 다른 음반 판매점들과 기타가게, 음악과 관련 있는 매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무엘이 들어가 가볍게 식사를 하는 장소는
‘RESTAURANTE ROMESCO’

관광객을 위한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사진에서 살짝 보이는 것처럼 항상 현지인들이 가득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구시가지의 골목 안쪽에 숨어 있습니다.
사무엘이 가브리엘라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는 카페
‘CAELUM’

라틴어로 ‘천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만큼 따뜻한 느낌이 드는 공간입니다. 맛있는 패스트리와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왠지 모르게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은 주는 카페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장소 중에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장소는
‘BAR MARSELLA’
(출처-https://www.pinterest.co.kr)
1820년에 오픈하여 200년가량 이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인데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오래된 바 중에 한곳입니다.
(출처-http://pickapictour.com/)
‘압생트 바’라고도 알려진 이 바에서는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압생트’라는 술을 예전 방식 그대로 마셔볼 수 있다고 합니다. 피카소와 헤밍웨이 등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이 바 역시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사무엘의 모습을 통해서 바르셀로나의 일상적인 삶을 엿볼 수 있는데요.
그가 일상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면서 그가 바라보는 풍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냅니다. 이걸 지루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한 사소한 행동이 새로운 인연을 낳고 그 인연이 또 다른 인연을 불러오고 그로 인해 달라진 주인공의 삶을 통해, 아주 조금만 바꿔 본다면(그것이 나의 행동일 수도,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일 수도 있겠죠?) 삶이 얼마나 풍부해질 수 있는가를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소한 것들’이 사실은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
만약 삶이 무료하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한번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은 제가 좋아하는 문장으로!
“맞네. 지금 생각해보니 이름이 필요한 개념이 또 있네. 사소한 것에 대한 사랑.”
“사소한 것에 대한 사랑?”
“응. 내가 유일하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발견이지.” 내가 흥분해서 말했다.
“한 사람이 작은 선을 베풀었을 때 그 행동이 일련의 사건들을 불러오면서 사랑을 몇 배로 돌려주는 거야. 결국에는 출발점으로 돌아가고 싶다 해도 그럴 수가 없어. 사소한 것에 대한 사랑이 옛날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을 지워버렸으니까.”
“예쁜 얘기다.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프란세스크 미랄례스크 『사소한 것의 사랑』 ©권상미 옮김, ㈜문학동네
*일부내용은 출판사 서평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