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로자전거나라 프랑스 가이드 한지수입니다
파리에서 나고 자라 파리 그 자체인 작가로 불리는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에 관한 « 마르셀 프루스트, 파리 소설(Marcel Proust, Un roman parisien) »
전시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1871년 7월 10일 파리에서 태어나 1922년 11월 18일 사망한 마르셀 프루스트는 1913년부터 1927년까지 출판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라는 연작 소설로 잘 알려진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프루스트는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여 묘사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복잡한 문체와 매우 긴 문장을 가지고 있고 명확한 주제와 특별한 내용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제 경험담을 말씀드리자면,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문장을 길게 쓰니 교수님께서 ‘’너는 글을 프루스트처럼 쓰는구나!’’ 라고 칭찬도 아니고 욕도 아닌 지적을 하셨을 정도로 ‘긴 문장’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보통의 프랑스 작가가 한 문장에 평균 20개의 단어를 사용했다면 프루스트는 한 문장에 평균 43개의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니 어느정도 감이 오시죠 ? 그의 가장 긴 문장은 « 소돔과 고모라 »에서 856단어가 포함된 하나의 문장을 썼다고 합니다. 휴~ 듣기만해도 벌써부터 읽을 엄두가 나지 않네요
이 전시는 카르나발레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데요, 이 박물관(Le musée Carnavalet – Histoire de Paris)은 '파리의 역사' 라는 부제가 따라 붙어있는 만큼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입니다. 이름이 카르나발레인 이유는 16세기 기사였던 카르나발레가 매입했기 때문입니다. 건축물 자체로도 정말 아름답고 , 마레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저택 중 하나로 파리에 드문 르네상스 건축물이니 만큼 한번쯤 방문해보셔도 후회하지 않을 것 입니다.
선사시대부터 16세기 초를 보러 가는 길의 계단은 지하로 내려가게 되어 있어 마치 정말 그 시대로 들어갈 것만 같은 계단이어서 내부구조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박물관은 풍부한 컬렉션을 통해 선사 시대부터 현재까지 625,00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회화, 조각, 모형, 간판, 소묘, 판화, 포스터, 메달과 동전, 역사와 기억의 대상, 사진, 목공예, 장식과 가구들을 서로 보완하여 역사 속 기억을 형성하여 독창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혁명관' 은 인권선언문이 가장 먼저 관객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아주 뜻 깊은 것 같습니다.
이번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전시는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며 그의 삶의 대부분이었던 파리와의 관계에 전념하여 프루스트 소설에서의 ‘도시’의 위치에 대해 처음으로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전시입니다. 먼저 전시 초반부는 프루스트가 직접 겪은 파리 세계를 탐구합니다. 1890년대 말 고등학교(Lycée Condorcet)에서 친구들과 함께 쓴 첫 글부터 파리 상류사회에서의 시작과 결정적인 인물들의 만남에 이르기까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학적 소명을 일깨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파리'를 집중 조명합니다.
그에게 파리는 예술적, 사교계에 대한 발견, 작가의 개성을 강화하고 그의 네트워크를 강화한 곳으로 구체화됩니다. 전시의 중반부에서 프루스트의 침실을 연상시키는 큐레이팅 덕분에 작가의 세계에 몰입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와 그의 가족의 친밀한 삶과 연결된 가구, 그것들을 구성하는 오브제는 창작의 공간을 표현하고 프루스트 작품의 기원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전시의 후반부는 프루스트가 만든 가상의 파리에서 진행됩니다. 소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의 건축을 따라 파리의 상징적인 장소를 통해 소설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작품과 도시의 역사 여행이 펼쳐집니다.
Et tout d’un coup le souvenir m’est apparu. Ce goût, c’était celui du petit morceau de madeleine que le dimanche matin à Combray (그리고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 이 맛은, 일요일 아침에 Combray에서 작은 마들렌 조각의 맛이었다.)
소설 속 화자가 마들렌으로 인해 잊고 지내던 과거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향기나 맛을 통해 사람을 어린 시절로 데려가는 것을 « 마들렌 효과 »라고 하는데요, 발자크의 커피처럼 프루스트의 마들렌을 뮤지엄 샵에서 팔고 있더라구요. ㅎㅎ 개인적으로 아주 솔깃한 기획 상품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느낀 것은 정말 누구나 한 번 쯤 경험하게 되는 현상을 '마들렌' 이라는 매개를 통해 '마들렌 효과'라는 이름으로까지 붙여졌지만, 누구나 느끼는 것을 글로 아름답게 풀어내서 전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것, 혹은 흔하디 흔한 일상도 흘려보내지 않고 글로 잘 남길 수 있는지 여부가 위대한 작가와 평범한 사람의 차이라 느껴졌습니다. 역시 글쓰기는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기록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전시였습니다.
빠른 이야기 전개와 간결하면서도 임팩트있는 자극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에게 마르셀 프루스트와 같이 자세하고 섬세한 묘사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소설은 무의미하고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서두르기 보다는 순간에 머물며 문장을 진지하게 읽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문학을 느낄 수 있고 바람직한 소설 읽기이기 때문에 오늘은 프루스트의 소설 읽기를 추천드리며 다음 전시로 찾아뵙겠습니다.
주소 : 23, rue de Sévigné 75003 Paris
전시일정 : 2021년 12월 16일 목요일 - 2022년 4월 10일 일요일
개장 시간 :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합니다. 표 데스크는 오후 5시 15분에 마감합니다. 월요일 휴무.
입장료 : 상설 전시회는 모든 관람객에게 무료입니다.
기획 전시회
정가: 11€
할인가: 9 € (18~26세, 학생)
무료 : 17세 이하, 프랑스에서 미술(건축, 디자인, 패션 디자인, 조각, 회화), 미술사 또는 고고학 전공 학생
(입장 시 증빙 자료를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