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영님!
잘 지내시나요? 여행을 잘 마치시고 한국에 돌아가신 거 같아 먼 그라나다에서 기분이 좋네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오늘 쉬는 날을 맞아 낮에는 ‘아아’ 를 마시러 스타벅스를 다녀왔어요. 그리고 지금은 집에서 밤바람을 쐬며 가영님께 글을 끄적이고 있답니다.
다녀가신지 벌써 십여 일이 흘렀네요. 시간 참 빨라요. 그라나다는 다녀가신 날 이후로 여전하답니다. 낮에는 ‘태양의 나라’ 라는 별명답게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선선해지죠.
손님은 매일 바뀌지만 저와 그라나다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은 여전히 여기 있답니다.
그 날의 투어는 제 기억에 잘 남아 있어요. 날씨는 어느 때처럼 구름 한 점 없었고, 가영님, 현경님 그리고 혼자 오신 분까지 함께 다녔죠. 그리고 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다시금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더운 날, 서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운 여름이 되면 저를 포함해 수많은 가이드들의 고민이 늘어나죠. 어떻게 투어를 하는 것이 정답일까? 사실 정답이란 없습니다. 다만 가이드들마다 나름의 결론을 내려 투어를 진행을 하고 있죠.
저 같은 경우, 더운 날에
제가 좀 더 열심히 설명하고, 좀 더 친절하고.. 등등 뭐라도 더 열심히 하면 손님분들이 먼 그라나다에서 흘린 땀 이상의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지 않으실까,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답니다.
물론 제 결론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신념, 혹은 고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앞으로도 이 고집대로 투어를 진행하려 합니다. :)
여러 우여곡절 끝에 바르셀로나로 가셨죠. 그 날 야경투어를 끝나고 아직도 공항이라는 말씀을 듣고 깜짝 놀라고, 걱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멀리서나마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아마 이래저래 더욱 기억에 남을 가영님의 여행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 여행을 돌이켜 보면 순탄하기만 한 여행은 별로 없습니다. 보통 처음 가는 곳이기에 내 준비성과 관계없이 다사다난한 일이 발생하죠. 그렇기에 그 여행들이 내 머릿속에 오래토록 남지 않나 싶습니다.
시간이 흘러 앨범을 펼쳐보았을 때,
좋았던 기억은
가영님 입가에 미소를 띠게 만들고, 코끝을 간질거리지 않을까 싶어요.
아쉬웠던 기억은
그 장소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겠죠.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입장할 날이 꼭 올 거예요.)
가영님이 다시금 즐겁게 여행 가방을 싸는 날이 또 오겠죠?
더불어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뵙는 날도 즐겁게 상상합니다.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투어로 하루를 보내고, 전망대에서 기념샷도 찍었으니까요.
그 날에는
그라나다의 추억을 나누고,
또 다른 스페인 이야기를 즐겁게 알려드리는 모습을 즐겁게 상상해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9년 8월 7일.
소중한 인연으로 다가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 그라나다에서 김성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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