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난 여행, 낭만적이리라 생각했었지만 도착해보니 사소하고 실질적인 일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더군요. ‘이 길이 맞나?’, ‘식사 주문은 어떻게 하지?’, ‘소매치기가 있는건 아닌가?’ 도착전의 부푼꿈은 사라지고 매우 소심해진 나 자신은 수천년의 역사를 담은 이 로마에서 더 초라하게만 느껴지더군요. 그 와중에 만난 가이드님의 짧은 인사와 “잠깐 사진 찍으면서 기다리세요.”라는 말은 의도와 상관없이 그 이상의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투어가 시작되자 잠시 전에 느꼈던 불안함은 생각날 겨를이 없었습니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역사를 생생하게 들으니 마치 고대와 중세, 근 현대의 로마를 정신없이 다녀간 듯합니다. 내 발이 걸었던 길이보다 내 머리가 시간을 넘어 다녔던 길이 훨씬 더 길었음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장소에 따라 연관된 영화에 대한 소개가 더해지니 이 여행이 끝나도 소개받은 영화들과 함께 여운은 꽤 길게 남을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합니다.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은 다르겠지만, 이국적인 문화의 경험, 역사의 이해, 멋진 사진, 쉼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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