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종우님 잘 지내시나요?
김성모 가이드입니다.
먼저 투어를 마치고 다시금 홈페이지를 열어 긴 글을 작성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투어가 만족스럽더라도 그 때를 회상하며 글을 작성한다는 것이 번거로운 작업임을 너무나 잘 압니다. 더불어 이렇게 마음이 듬뿍 담긴 글을 적어주셨기에 종우님의 글을 몇 번 곱씹어 읽으며 입가에 미소가 자연스레 지어집니다. 마지막에 땡전 한 푼 받지 않고 적은 글에서는 혼자 빵 터졌어요. :)
저와 그라나다는 잘 있습니다. 종우님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그라나다를 방문하시고, 저와 그라나다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은 언제나처럼 여기 있답니다.
계절만 바뀌고 있죠. 우리가 함께 했던 뜨거운 여름을 지나 천천히 가을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오늘 낮에는 한차례 비가 왔었습니다. 아마 곧 선선한 가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가을로 성큼 다가가고 있는 이 늦여름 새벽녘, 밤바람을 쐬며 종우님께 글을 한자 한자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가이드 일을 진행하며 종우님의 말씀처럼 이 직업이 손님들께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새삼 체감하고 있어요. 저에게 있어 어찌보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다 똑같은 풍경의 알함브라 궁전일지 모르지만 손님들께는 어쩌면 평생의 한번 뿐인 알함브라 궁전이죠.
특히 그라나다 같은 경우 바르셀로나 등의 큰 도시와 비교하며 손님들이 오래 머물지 않아요. 투어 당일 오전에 그라나다에 와서 투어만 듣고 돌아가시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계시죠.
제 투어가 어느 한 사람의 평생의 그라나다
가 된다, 라는 생각을 하면 매일 같은 투어를 하더라도 좀 더 힘이 나고, 열정이 생기는 거 같습니다. 최고의 가이드가 되기보다 최소한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가이드가 되려고 합니다.
세 분에 대한 기억은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마 흔치 않은 삼남매의 여행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남매 세 분이 함께 여행도 다니시는 걸 보니 친하신가봐요?”
라는 질문에 아니라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언제나 함께 사진을 찍고, 어머니께 보낼 사진용이라고 하셨던 세 분의 모습이 기억나요. 투어를 진행하다보면 참 많은 관계의 손님들이 오시죠. 가족, 친구, 부자, 모녀 등등. 그 중에서도 제 눈에 가장 많이 밟히는 관계가 아마 ‘남매’ 가 아닐까 싶어요. 저에게도 여동생이 있기에 그렇겠죠? 물론 저와 여동생은 성격이 너무나 다르기에(ㅎㅎㅎ) 앞으로도 함께 여행할 일은 없을 듯하지만 ‘남매’ 팀들이 더 애틋하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 일상은 어떠신가요? 인천공항에 발을 딛고, 주변에 익숙한 한국어들이 들려오면 내가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실감이 됩니다. 그리고 언제 여행을 다녀왔냐는 듯 이전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되죠.
하지만
지금의 일상은 여행 전과 비교하여 같은 듯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매장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Sofia’를 들으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세 분이 함께 술 한 잔 기울이다가 여행 간 함께 공유한 시간을 떠올리며 크게 웃고,
불현듯 꺼낸 사진첩 속의 나와 스페인 풍경을 보며 추억 속에 잠기고,
그 날의 여행이 종우님을 포함한 세 분께 기분좋은 활력제로 오래 남길 바랍니다.
그리고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져 활력제가 다시금 필요할 즈음
세 분이 다시 기대와 흥분에 차 여행 가방을 꾸리는 모습을 즐겁게 상상합니다.
‘추억’ 은
‘그리움’ 으로
그리고 여행을 다시금 떠나는 ‘원동력’ 으로 바뀌니까요.
다음 세 분의 행선지는 어딜지 궁금해지네요. :)
더불어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뵙는 날도 있겠죠? 마지막 전망대에서 내려오며 우리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건 너무 짧았던 거 같아요. 다시 만나는 그 날에는 더운 여름을 잊을 만큼 시-원한 맥주 한 잔 기울이며 함께 웃길 바래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9년 8월 22일.
소중한 인연으로 다가와 주신 세 남매분께 감사의 말씀을 먼 그라나다에서 전해봅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길.
-그라나다에서 김성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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