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준님 수경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김성모 가이드입니다.
먼저 투어를 마치자마자 이렇게 마음이 담긴 글을 적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바로 답글을 적어드렸어야 했는데 오늘 쉬는 날을 맞아 두 분께 글을 한자 한자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9월 28일.
함께 그라나다를 둘러보았죠. 추석 때 비가 한창 오더니 가을 온 거 같지만 아직까지는 낮에 조금 더운 곳이 그라나다입니다. 새삼 여름날을 햇볕이 떠오르네요.ㅎㅎ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름 한 점 없어 더 없이 맑은 하늘 아래에 그라나다 시내와 알함브라 궁전을 둘러보았습니다.
두 분은 제 기억에 너무 잘 남아있습니다. 아침에 이사벨라 광장에 만난 이 후부터 끝날 때까지 밝은 미소와 감정 풍부한 리액션을 해주셔서 기억이 안 남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 역시 덕분에 좋은 에너지를 받아 하루 즐겁게 투어를 진행할 수 있었답니다. 투어라는 것이 마주하며 진행을 하다보니 두 분과 같은 손님과 함께 하면 가이드의 입장으로써 좋지 않을래야 안 좋을 수가 없지요. :) 나사리 궁전 벤치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드렸을 때도 모두 의자에서 쉴 때도 밝은 미소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모습이 기억에 선합니다.
함께 도합 2만 6천보를 걸으며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드렸죠. 모든 건축과 조각에는 의미와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을 모르고 보더라도 그들은 우리에게 좋은 인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들을 알고 보면 분명 그들은 또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것에 제 생각이랍니다. 그리고 두 분의 글을 통해 두 분께서 얼마나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는지 새삼 알 수 있었어요.
특히 이사벨라에 대해 말씀하신 ‘영특함’ 과 그 이면에 가려진 ‘슬픈 이야기’ 라는 표현은 아마 제가 설명한 이야기의 핵심을 정확히 짚으신 게 아닐까 싶네요. 새삼 감사드려요. :)
매일 매일 수많은 손님들과 함께 그라나다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이따금 손님들께서 매일 같은 건축물을 방문하고,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놀라워하십니다. 하지만 매일 웃으며 투어를 진행하고, 일에 열정을 갖을 수 있는 것은 예준님, 수경님과 같이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고, 함께 호흡을 맞춰 걸어가는 손님들이 있기에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소에 대한 좋은 기억은 아름다운 인연을 낳고,
그 인연은 언젠가 다시 돌아리라 믿습니다.
두 분이 스페인을 다시 만날 때 스페인은 또 다른 이야기를 갖고 다가올 것이고,
그라나다에 대한 인연은 꼬르도바 등 새로운 도시와의 만남을 낳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뵙는 날을 즐겁게 상상해봅니다.
그 어딘가에서는 그라나다를 함께 추억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언젠가 다가올 그 날까지 언제나 예준님과 수경님이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9년 9월 28일.
소중한 인연으로 다가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 그라나다에서 김성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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