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혜님 김성모 가이드입니다.
잘 지내시나요?
 
다녀가신지 벌써 열흘 정도가 지났네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다녀가신 이후 그라나다는 점점 더 완연한 가을에 다가왔답니다. 일교차는 점점 더 벌어져 저도 주섬주섬 가을, 겨울 옷을 입고 투어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점점 더 눈으로 하얗게 물들고 있습니다.
 
21일에 주간 투어와 야경 투어를 함께 들으셨죠. 하루 긴 투어 간에도 피곤한 기색이 별로 없이 하루를 보내셨던 기억이 납니다.(물론 저만은 생각일 수도 있죠 ^^;;) 보통 그라나다는 다른 도시에 비해 적은 날짜를 두고 둘러보시죠. 도시가 작다고는 하지만 그 시간동안 그라나다를 모두 둘러볼 수는 없지요. 그렇기에 있는 것이 ‘투어’ 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동안 좀 더 효율적으로 도시를 둘러보는 거죠. 더불어 우리는 지식들을 통해 그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귀’ 와 눈으로 작품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그라나다의 시간들이 지혜님께 의미있는 시간으로 남은 거 같아 담당 가이드로써 참 뿌듯합니다.
 
지혜님 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라나다의 가을, 겨울이 따뜻하다고 생각하고 오신답니다. 여름에 더우니 가을, 겨울은 다른 지역보다 따뜻하지 않을까, 하시죠. 하지만 겪으신 것처럼 그라나다 옆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으로 오히려 더 춥답니다. ㅠㅠ
 
많은 분들이 이 후기 답글을 보고 이번 가을, 겨울 조금이라도 따뜻한 옷차림으로 그라나다를 오시길 바라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이랍니다.
 
여튼 그렇기에 하루 간 추운 아침 대부분 얇은 옷차림으로 미팅 장소에 모시죠. 아직 잠도 안 깼고, 날은 어둡고 추운 아침. 미팅 장소에서 만나는 손님들의 표정은 사실 밝지 못할 때가 더 많답니다. 그러한 아침에 부족하나마 제가 조금 더 힘을 내고, 농담도 던지며 즐거운 음악을 틀어드린다면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지혜님의 말씀을 거울삼아 앞으로도 많은 분들의 힘을 돋아드리는 투어를 진행하도록 할게요.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그라나다에 대한 기억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희미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길을 걷다 그 날의 음악이 문득 흘러나올 때 지혜님의 발걸음이 늦춰지고, 그 날의 사진을 꺼내 보았을 때 지혜님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그 힘을 받아 언젠가 지혜님이 다시 여행길로 떠나는 모습을 즐겁게 상상해봅니다.
 
언제나 다시 떠나는 그 날까지 지혜님 역시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먼 그라나다에서 기원합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9년 10월 21일.
소중한 인연으로 다가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먼 그라나다에서 김성모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