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0대 중반 대학생 시절 배낭 여행으로 찾았던 파리 - 그 때도 자전거나라와 함께 했었다. 어느덧 16년이 지나고 출장으로 다시 오게 된 파리 - 업무 일정을 다 마치고선 다시금 자전거나라를 찾았다. 오르세 박물관도 그리고 파리도, 각박한 회사 생활 중에 순간 누릴 수 있는 호사이겠거니, 그리고 이 또한 안타깝지만 결국 스쳐 지나가는 나의 하루이겠거니.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자전거나라 투어를 검색하던 도중 다른 투어 상품하고 다르게 본인 이름을 걸고 있고 다른 투어보다 다소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는 류은혜 가이드의 뉴비전 오르세(오후) 투어에 눈에 띄었다.
처음에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미술? 학교 다닐 때 교양 수업에서 주워 들은 정도만 알고 있고 미술관도 그렇게 다니지 않는 나로서는 솔직히 오르세 미술관 투어는 파리에 왔기 때문에 응당 한 번쯤은 가보아야 하는 매우 교과서적(?)인 접근이었다. 해당 상품 또한 단순한 접근이었다 - 좀 더 비싼 만큼 그냥 뭔가 더 있겠지, 아니면 말고. 혼자 출장 왔기 때문에 혼자 신청했고, 다른 한국 분들도 몇몇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투어 시각에 맞춰 약속된 장소에 도착했다.
누군가 나를 찾았다. "[ ]님!" 파리 한복판에서 내 이름을 부를 사람은 없었다.
"!?" / "[ ]님, 자전거나라 신청하셨죠?" / "네 그렇습니다만... (나를 어떻게 알아봤지)"
아니나 다를까 투어 신청한 사람은 나 혼자였다. 나 혼자라고 투어 그냥 취소하려나? 나 혼자라고 그냥 대충하고 때우고 일찍 끝내지는 않을까. 만감이 교차하면서 류은혜 가이드에게 물었다. "투어 진행하나요...?" "물론이죠. 한 분이 오셔도 진행합니다." 확신이 찬 목소리로 답했다. 사람의 말투 그리고 행동, 특히 "눈빛"만 봐도 그 가이드가 얼마나 진심인지 얼마나 열정적이며 그 넘치는 열정을 고객들에게 쏟아 내고자 하는 지 이젠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사실 여기서 이 투어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 투어 전 오르세 미술관 안에서 브리핑을 받으면서 아까 그녀의 확신이 찬 목소리는 이 가이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고 나 또한 류은혜 가이드의 열정에 맞게 진지한 자세로 말 하나 하나 귀기울이며 미술관 전체를 매우 짜임새 있게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열정만 가지고는 안 된다. 지극히 정성껏 준비한 자료와 깊이 있는 지식, 더욱이 매우 짜임새 있는 설명 과정들은 미술사와 관련된 내 기억의 파편들을 짜맞춰 주었고 어느새 카리스마 있게 나를 리드하고 있었다. 가이드 입장에서는 반나절 시간 낸 것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오르세에서의 이 몇 시간이 평생 의미 있는 추억으로도 남을 수도 있다. 별 기대 없이 미술관에 왔지만 류은혜 가이드로 인해 미술사 그리고 미술 작품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그냥 하루 스쳐 지나갈 뻔한 파리에서의 하루, 특히 오르세미술관에서의 반나절은 "류은혜가이드의 뉴비전 오르세" 덕분에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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