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을 출발하여 프로방스 지방의 중심이라는 엑상프로방스로 향했습니다. 찾기
쉬운 기차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유명한 미라보 거리부터 찾았지요. 예쁘장한 분수대들을 사진에 담고, 1792년에 오픈한 유명인사들의 단골 까페였다는 ‘Les Deux
Garcons’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여행안내소에서 받은 지도랑 안내책자를 뒤적이면서
작전을 세웠습니다. 근대회화의 아버지라는 폴 세잔의 고향인 만큼 세잔과 관련된 명소가 잘 정리되어 있더군요. 우선 미라보 거리에서 가까운 생 소뵈르 대성당을 둘러본 다음, 세잔이
말년을 보냈다는 아뜰리에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근처 실내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언덕길을 한참 걸어올라가서
입장 마감시간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골인했건만 아뿔사! 정말 볼 게 없더군요! 그때서야 어디선가 막상 가서 보면 실망할 수도 있을 거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없는 시간에 다른 곳을 골라 갔어야 하거늘! 니스로 가는 길에 저멀리
세잔이 즐겨 그렸던 생 빅또아르 산이 보였지만 어둠이 내려오고 있어서 후일을 기약하며 포기! 훌쩍!
2시간을 달려 니스에 도착했는데 마침 그날이 주말인 금요일 저녁이라 주차장이 만차인데다, 공용주차장과 호텔주차장 입구가 같아 주차방법을 몰라서 무지하게 고생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발레파킹을 맡기면 쉬운 것을! 촌놈이라 해봤어야죠!
호텔방에서 해변이 내려다보여 다음날 아침엔 일출 찍는다고 부산을 좀 떨었죠! 근데 실력이 없다보니 찍어놓고 보니 석양 같지 뭡니까! 하하! 니스를 근거지로 해서 꼬뜨다쥐르를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변의
프롬나드 데 장글레는 생각보다 길어서 한참을 걸었는데도 그 자리 같았습니다. 마세나 광장을 거쳐 구시가를
구경하고, 니스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인 샤또 드 니스로 올라갔죠.
엘리베이터도 있다던데 씩씩하게 걸어 올라갔습니다. (저녁 때 너무 지쳐서 후회했지만!) 해변과 항구를 동시에 내려다 보면서 바게뜨 빵에 치즈와 야채를 끼워넣은 프랑스식 샌드위치로 허기를 채웠는데, 전망이 좋아서였는지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맛나더군요! 샤갈
미술관과 마티스 미술관도 관람하고 나니 어찌나 다리가 아프던지… 아마 이번 여행 중에 제일 많이 걸은
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야겠다는 일념에 ‘슬림 유럽데이’ 책자에서 추천되어 있는 ‘셰 피스톨’에서 정어리 구이를 먹으려고 어렵게 가리발디 광장을 찾아갔건만… 없어졌더라구요! 다 뜯어내고 실내공사하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맥이 풀리던지…
다음날엔 영화의 도시 깐느로 가는 길에 화가들이 좋아한 중세마을 생뽈드방스에 들렀습니다. 샤갈의 무덤에도 가보고, 아기자기하고 자그마한 갤러리도 기웃거리며
골목 골목을 슬로우 시티 관광법으로 느긋하게 여유있게 돌아보다 보니, 옆구리가 허전해서 두고 온 마누라
생각이 나더군요. 같이 손잡고 구경했음 좋았을 텐데… 전
큰 도시보다는 이런 작은 마을 보는 걸 더 좋아한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도로 곳곳에 세워져 있는 주차장 전광판에 다른 곳은 다 ‘ouvert’로
표시되어 있고 깐느 역 주차장만 주차가능 대수인 숫자가 표시되어 있더라구요. 불어를 모르는 전, 지레짐작으로 오늘은 일요일이라 관광객이 많아 다른 주차장은 다 차서 over되었고, 역에만 주차할 수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깐느역에 주차하고 페스티벌 궁전으로 걸어갔습니다.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니 그게 아니고 ‘open’되어있다는 말이더라구요. 흐이구! 무식쟁이! 다행히
역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고생은 안 했습니다. 마침 요트 페스티벌 준비가 한창이어서 크고 작은
요트 구경을 실컷 하고, 슈발리에 산의 전망대에 올라 깐느 시내를 조망했습니다. 자갈인 니스 해변과는 달리 깐느 해변은 모래사장이어서 해수욕하기엔 깐느 해변이 더 좋겠더군요. 점심으로는 피자를 먹었는데 옴머! 짠 거!
월요일, 모로코 가는 길에 중세의 요새 마을 에즈에 들렀습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예뻤던 마을! 특히 마을 꼭대기에 위치한 열대정원에서 선인장들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파아란
지중해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근처를 지나면 놓치지 말고 꼭 가야 할 마을이죠! 강추! 하나 배운 건 주차장 선불제 무인계산기에 돈을 넣을 땐 원하는
시간만큼 돈을 넣어야지 거슬러주지 않더군요. 잔돈이 없어 큰 동전을 넣었더니 너무 넉넉하게 주차티켓이
나오더이다! 헐!
바티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라는 모나코! 오토바이가
많고 상대적으로 도로가 좁아 조심조심 운전하다 목적지를 놓치고 헤매다 엉겁결에 주차장이 나와 들어갔더니 오호! 그곳이
바로 해양박물관! 빙고! 맨날 실수만 연발하다 이렇게 운
좋은 때도 있나 싶었습니다. 해양박물관 전망대가 높고 경치도 좋아 사진을 실컷 찍고, 대성당과 왕궁을 두루 살펴본 다음 카지노까지 걸어갈 자신이 없어 관광 오신 노인분들이 즐겨 타는 꼬마기차를
타고 모나코 시내를 한바퀴 도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근데 너무 빨리 달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니스에서의 마지막 밤엔 미슐랭 별점을 받았다는 레스토랑에서 프랑스의 마지막 밤을 기념하며 지중해에 뜬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와인잔을 기울이면서 고독을 달랬습니다. 정통 프랑스 요리는 접시에 예쁘게도 담겨 나오기도
하지만 특히 디저트는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제일 황홀하게 맛있었습니다. 꼴깍!
새벽에 니스공항에서 차를 반납하고 스위스 제네바로!
스위스 얘기는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