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가고 싶었어도 늘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졌던 스위스 여행! 스위스는 그저 보고 느끼기만 해도 너무 좋아 가이드도 필요 없다는 주변의 이야기대로
알프스에서 바라본 눈이 시리도록 청량한 파란 하늘은 그야말로 경이로움과 환희였습니다. 지금까지 바라본
하늘은 다 가짜? 하하!
니스 공항에서 아침 8시 스위스항공으로
출발, 제네바에 1시간만에 도착하여
몽트뢰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유로화를 안 쓰는 스위스에서 쓸 돈은 소액만 미리 국내에서 스위스프랑으로
환전해 가지고 왔지만, 동전은 역에서 스위스 패스를 개시하면서 바꿨습니다. 늦게까지 짐 꾸리랴, 새벽에 렌트카 반납하랴 부산을 떨었던 터라 3시간도 못 자는 바람에, 비행기와 기차에서 어찌나 졸리던지 그 멋진
스위스의 경치 구경은 뒷전이고 감기는 눈꺼풀을 억지로 뜨고 있느라 힘들었습니다. 계획된 일정보다 30분 이른 기차를 타고 1시간
15분 정도 걸려서 몽트뢰역에 도착, 코인 라커에 캐리어를 집어넣고, 시옹성으로 향했습니다. 1시간 간격으로 있는 기차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10분마다 있는 버스를 타기로 하고 역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버스정류장을 찾아갔는데 버스가
바로 들어오는 겁니다. 그래서 냉큼 올라탔지요! 근데 안내방송에
나오는 정류장 이름과 버스노선도를 대조해보니 반대 방향 버스를 잘못 탔더라구요. (그래도 일찍 발견한
게 어딥니까! 이게 다 잠이 모자라 총기가 흐려져서 생긴 일이죠) 내려서
길 건너 다시 타고 시옹성으로!
내부관람을 마치고 밖에서 호수와 성의 멋진
경관을 사진에 담고 있는데, 앗! 웬 요트가 다가와 풍광에
멋스러움을 더해주지 뭡니까! 이게 웬 횡재냐 싶어 돌아갈 때 타고 갈 유람선마저 풍광의 엑스트라로 여기고
열심히 사진만 찍다가, 떠나고 나서야 그 배를 탔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그려! 다음 배는 무려 3시간 반을 기다려야 있더군요. 그래서 다시 버스로 몽트뢰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절 기다리고 있었지 뭡니까! 예정에 없던 골든패스 파노라마 열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갈 수가 있었습니다. 유리창이 크고 전망이 제일 아름답다는 그 노선 말입니다! 그런데요, 참 희한한 건 기차에서 사진을 찍는데 건너편 풍광이 멋있는 것 같아 그쪽으로 옮기면 그 다음엔 여지없이 반대쪽이
더 멋진 겁니다. 머피의 법칙이! 흐흑!
얕으막한 구릉과 양떼들, 꽃으로 베란다를 장식한 뾰족지붕의 목조주택들, 멀리 만년설로 뒤덮힌
알프스 산들, 뭉게구름과 청명한 하늘! 정신 없이 목운동을
하고 있는 사이 먹구름이 많아지면서 비를 뿌리기 시작, 어느새 인터라켄 서역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정말 좋았던 건 자전거나라에서 여행자 동선을 고려한 최적의 위치에 있는 호텔을 잡아주신 겁니다. 자전거나라의 배려에 다시 한번 감탄한 부분입니다. 유럽의 돌로 된
울퉁불퉁 보도를 캐리어를 끌고 헤맨 본 사람이면 호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실 겁니다. 암요! 우뚝 솟아 금방 찾은 호텔에 짐을 풀고, 비가 오는지라 그냥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단체손님들이 와있어서 종업원들이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식사가 맛있어서 부족한 서비스는 다 용서가 되었습니다. 유럽은 비싼
인건비 때문인지 레스토랑이나 까페의 한 종업원이 맡는 테이블 수와 노동의 강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우리나라처럼
“언니!” 하고 부르면 총알같이 달려오는 시스템을 기대했다간
오산이죠. 이번 여행에서 특히 스위스가 제일 인내심을 요구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오랜
전통의 관광도시이고 절약정신이 몸에 배서 그럴 거라고 좋게 해석하고 넘어간 부분은 호텔방에서 스위치를 눌렀는데도 전등이 안 켜져서 껐다켰다를 반복하다
전화를 하려는 순간 불이 들어오더라구요! 말 그대로 형광등! 스위치를
누르고 한참을 기다려야 켜지는 구식 형광등이었던 겁니다. 우린 이미 전자식 형광등으로 다 바뀌어서 스위치
누르면 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그 새를 못 참고 다시 눌러버리는 바람에 악순환이 되는 거죠. 하하!
이야기가 너무 늘어져서 여행후기가 길어졌네요! 투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