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민주가이드 입니다.
제 기억이 많다면 흥이 많은 남동생과 같이 오신 분 맞으시죠?
kae sun - ship and the globe 들려드렸을 때 너무나 즐거워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제 저녁, 일요일 남부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했던 동료가이드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랜만의 후기 축하한다고 말이죠.
3년을 쉬고 지난 6월 투어로 복귀를 하면서 처음 마음을 먹을땐 오히려 쉬웠는데..정작 첫투어 날짜가 다가오자 별별 핑계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을 어쩔 수 가 없었습니다.
자신도 없고, 동료들에게도 민폐일꺼 같고...
육아에 지쳐 미쳤었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첫 투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즐거운 기분으로 온 마음이 가득차고 그 후로도 며칠을 극도의 흥분상태여서 남편에게 결국 한 소리를 듣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어느 덧 한달이 지나 7월이 되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남부에서 돌아오는 길이면 오랜 멈춤뒤에 제자리로 돌아오고자 했을때 제 자리가 있음이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깨닫습니다.
아마도 투어 중 그런이야기들을 손님들께 들려드리는 것은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이 그런 마음을 놓지 않기 위해 복기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년 일에서 삶에서도 문제들이 저에게 쏟아 졌습니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멈췄고 극복하고 이겨낼 용기가 없었기에 떠났습니다.
그리고 여행 뒤 제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몫이 아니니 애씀을 놓아버릴 수 있는 용기 였습니다.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은 하되, 그 당시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일상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충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뒤 뒤돌아보니 제자리로 돌아와 문제를 인정하고 한발짝 내 딛던 순간이 제가 조금 성장했던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제가 조금 강해지니 그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제가 커져서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효과가 있더라구요.
여행의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는 것은 문제를 극복하고 이겨낼 능력을 만들어 줌이 아니라 문제를 작게 볼 수 있는 마음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요...
은지씨의 복직을 응원합니다.
극복하고 이겨냄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난 시간들에서 나아가 더욱 커져있을 은지씨를 믿고 응원합니다.
오랜 멈춤 뒤에 불안하고 설레이며 내딛는 저의 시작에,
지난 시간에 안녕을 고하던 은지씨의 여행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최근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픽사의 애니메이션 " 인사이드 아웃"입니다.
(이탈리아는 9월 개봉! 켁!!)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 평론가 이동진씨의 한줄평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라는 정호승 시인의 시 첫 구절이었는데...
어쩐지 저의 모든 슬픔과 아픔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모든 시간들을 사랑하며 나아가자구요.
각자의 자리에서 즐겁게 성장하면서 나아가도록 해요.
그리고 전 이탈리아에서 다시 만날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매일 읽고 있는 시 남깁니다.
로마에서 김민주 가이드 드림.
반지의 의미-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기도하자는 것이다.
만남에 대하여 감사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아름답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순결하자는 것이다.
언제나 첫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언제나 첫마음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사랑에도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에도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꽃이 진다고 울지 말자는 것이다.
스스로 꽃이 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가난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영원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