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한 누적 손님들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아쉽게도 제 머리는 그 손님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기 힘든 망각의 늪으로 빠져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망각의 늪속에서도 피어오르는 한 줄기의 꽃이 있듯, 잊혀 가는 손님들의 모습 속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 계시죠. 감사한 글을 적어주신 아버님이 그러하십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로마의 유태식입니다. 아버님의 가족과 제가 만난 치프로에서의 아침부터 오늘의 아침까지 대략 ‘한 달’ 이라는 시간이 스며들었습니다. 그리고 공간에는 또 다른 기억의 시간이 스며들었습니다. 부디 그 기억이 빠르게 아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아버님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진행된 바티칸 투어였습니다.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제 이야기를 경청해주시는 많은 분들 중에서도 아버님의 모습은 기억에 남습니다. 함께 온 병재군과 서현양보다 더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던 모습을 말이죠. 많은 손님들 사이에 계셨지만, 저를 흐믓하게 바라봐주시는... 그리고 종종 크게 웃어주시는 아버님의 모습은 마치 풀 속에 잃어버린 다이아몬드 반지가 수풀 사이로 빛을 내는 것처럼 너무나 반짝이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아버님의 모습을 기억했던 저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 연락을 받았을 때, 그리고 메신저에 프로필 사진속의 아버님의 가족사진을 보았을 때는 저 역시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저를 뒤덮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떨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그 너머로 들리는 병재군의 목소리가 그 다급했던 상황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게 전달 되었으니 말입니다.

  최대한 빠르게 방안을 강구해드리겠다고 했지만, 조금은 더디게 답변을 드린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1분 1초가 1년 같았을 그 시간이지만, 그리고 경황이 없을 그때이지만, 명확하고 확실한 방법을 드려야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로마, 베니스, 프랑크프루트, 서울의 해당 항공사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하여 로마팀의 지점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선배님께 조언을 여쭙고, 방법을 강구하여 연락을 드리느라 조금 늦은 답변을 드렸음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가족분들이 모두 베니스에서 탑승 수속을 마쳤다는 소식과 터키에서의 경유시간이 지난 후에 본사에 김소희 과장님께 연락을 드린 후에 저도 잠을 이룰 수가 있었습니다. 잘 도착은 하셨는지 궁금하던 차에 잘 도착하셨다는 메시지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일을 다 치르신 후에도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주셨는데, 이처럼 또 감사글을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수십번 말해도 모자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버님께서 도움을 요청하신 대상이 유태식 가이드였고, 그 가이드의 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달되었으나 그 방법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자전가나라 로마팀의 일원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도 남은 여행의 처리를 위해 힘써주신 김소희 과장님을 비롯한 본사의 직원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분들의 노고를 알아주시는 자전거나라에 대한 칭찬 역시도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꼭 로마에서 다시 뵙고자 하시는 아버님의 말씀처럼, 시간이라는 나이를 먹은 서로가 더욱더 성숙한 모습으로 만나 또 다른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꼭 돌아오기를 바래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아버님 가족에 평안이 깃들 길 바라고 또 기도하겠습니다.

 - 감사한 마음을 담아 로마에서 유태식 드림.